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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넋두리 (수필)

안 보이는 진실 계곡을 흐르는 투명 고요한 여울 제 흘러 어디로 갈지 알까 바다로 가련 할테지 허나, 온전히 바다로 가는 게 몇일까 보(湺)가 막고 댐(Dam)에 고이니 때론 공장으로 약물 뒤집어쓰고 사람에게로 여울이 모여 강 강은 바다로 라고 조상님들은 그리 살았다 오늘 우리가 올리는 제사상 그 시절에 사약 이었음직한 소독약 농약 비료로 간하고 맛냈음을 아실까 순리가 곡해(曲解)되고 청정(淸淨)이 오염된 지금 그 물과 그 공기 속에서 진실은... 더보기
빗물 속수무책으로 내리는 비를 그저 온 몸으로 맞을 뿐 원망은 그제 내린 비로 씻었고 슬픔은 어제 내린 비로 지웠고 오늘은 망각을 위한 비려니 그저 맞을 뿐... 더보기
간다 처마 끝에 매달렸던 고드름 눈물을 떨구며 겨울이 갔듯이 이리저리 바람에 휩쓸리는 가랑비로 여름이 가고 있습니다 비로 시작해 비로 지내다가 비로 아쉬움을 씻으며 여름은 쉬이 가고 있습니다 수박에 설탕 주사를 놓도록 하고 하늘 높은 줄 만 아는 벼들을 뒤로하고 계절을 잊은 머쓱한 코스모스만 남긴 채 나의 사십 줄 마지막 여름은 가고 있습니다 伐草客 낫에 잘리는 잡초처럼... 더보기
세탁소 (洗濯所) 그곳엔 남녀노소가 없다 모두 한 통속이 되어 이웃나라 온천처럼 뒤죽박죽 얽히고 설킨다 나름대로 목욕을 하였건만 몸에선 기름 냄새가 악취처럼 풍긴다 다들 뼈대 있는 가문이 된다 점잖게 모양 차리고 나란히 일렬로 정열 해 있다 저들 주인들이 그러하듯 좀 전의 混湯은 없었든 듯 그곳은 우리네 인간들 [전체 줄거리]다 더보기
나의 슬픔 어느새 나에겐 족쇄 하나가 달렸습니다 너는 이렇게 살아라 이런 짓은 하지마라 어차피 내 것이라고는 별로 가진 것도 없는데 넘어진 나에게 족쇄를 채웁니다 그래야겠지요 그게 나에게 주어진 세상 이라면 반항도 소용없겠지요 되려, 거친 침 튀길 일 뿐 저기 저 모퉁이 저만치 저 고개 거기가 끝 이었으면 좋으련만... 더보기
거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나비처럼 날개도 없으면서 개미처럼 활동적인 것도 아니면서 서른 여섯 번 굽이쳐야 오르는 나의 집에 사냥터를 펼쳤구나 가녀린 허브 줄기를 기둥삼아 떡하니 더부살이를 시작한 너 뭐 먹을게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너의 궁핍함이 화초에 주는 물방울에도 반가이 달려 드는구나 널 위해 오늘은 방충망을 열어둬야 겠구나 혹시 모르지 눈 먼 모기라도 올지 더보기
사필귀정 (事必歸正) 너의 잦은 외도 時와 때를 불문 한 나타남 不汗黨 같은 오만함 호박은 팅팅 불었고 나락은 고개를 마냥 쳐들고 있다 보름 후면 팔월 한가위 인데 고추잠자리 꽁지는 누가 붉히라고 조상님 드릴 果實은 누가 익히라고 널 한 사발 정안수 삼아 조상님 산소를 찾아야 겠구나 조상님! 이놈입니다 이놈이 빈손으로 조상님 찾게 만든 놈입니다 식초냄새 풀풀 나는 산성비란 놈입니다 더보기
모델 화려한 조명 깡마른 육신 휑한 눈 이미 얼굴은 오랜 억지웃음에 굳어 버렸다 육십년대 우리네 얼굴처럼 거칠고 처량한 표피 위로 가장 비싼 도배가 시작된다 예술이다 최첨단 과학이고 마술이다 세상 누구보다 아름답다 5월의 신부처럼... - 백화점 화장품 코너 앞에서... - 더보기
風磬에 매달린 바람 땡그렁 딸랑 땡그렁 딸랑 새끼줄에 엮인 굴비마냥 바람의 유혹에 넘어간 風磬이 몸을 비비꼬며 鼻音을 낸다 모든 欲情이 촛농에 녹아드는 절간에서 풍경과 바람이 눈 맞았다 민망해라 스님 목탁소리가 어째 수상 하다 그 소리 일주문 넘어 밤마실을 나간다 더보기
이런 날은 허름한 안개 사이로 맑은 새소리가 들리고 유순한 바람 사이로 까르르 대는 나뭇잎 웃음소리 느려터진 구름 사이로 고운 햇살이 뛰노는 이런 날은 노래를 부르고 싶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