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넋두리 (수필) 썸네일형 리스트형 나의 새벽 간밤에 뭔가에 놀라 잠에서 깨고 말았다 소스라치게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지만 막상 깨고 보니 이유를 모르겠다 근자에 심심찮게 이러곤 한다 머리맡을 더듬어 휴대폰을 찾는다 늘 시계대용으로 휴대폰을 머리맡에 두고 잔다 자정을 넘기고 누웠는데 휴대폰을 열어보니 아직 2시도 안됐다 기껏 한 시간 남짓 잤나보다 밤이면 소음이라곤 없는 섬마을 그곳에서 살면서 이렇게 깨는 건 무슨 이유일까 무엇이 그렇잖아도 많잖은 내 잠을... 거실로 나가서 바닥에 퍼질고 앉는다 늘 그 자리에 있는지라 어둠 속에서 더듬지도 않고 숙련된 솜씨로 담배를 피워 문다 열어둔 베란다 창으로 십일월의 새벽 공기가 담배 냄새를 맡았는지 무시로 찾아 든다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침대에 육신을 눕힌다 하지만 그렇게 쫓겨 간 잠은 좀처럼 .. 더보기 가을비를 보며 창밖으로 부질없는 별 쓸모도 없는 비가 내린다 이 비가 아마도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아닐까 강원도에는 벌써 한 달쯤 전에 눈이 왔었다고 한다 이 무렵에 오는 비는 계륵 鷄肋같은 존재이다 갑작스런 기온 하강으로 냉해나 없었으면 좋겠다 무심히 사무실 창밖을 내다보니 이미 말라버린 잡초 그 가지 끝에 빗방울이 이슬처럼 대롱대롱 매달렸다 별로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다 싱싱한 초록의 계절에 그 무렵의 비라야 그 진가가 나타날 텐데 말라버린 잡초에 생명의 물이라니... 우리는 무관심으로 사는 것 같다 콘크리트 상자 속에서 하루하루 생명을 부지하며 산다 딱딱한, 아무런 감정도 스며있지 않은 콘크리트 그 속에서 살면서 그것을 닮아 가는지 사람들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간다 마음이 굳었다는 증거다 이론적으로 계륵 같은 이 비.. 더보기 마지막 할 일 내 안에 가득한 이것은 무엇일까 순서도 없고 형식도 없이 그저 박쥐의 소굴 같은 이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x 축으로 y 축으로 그도 아니면 2차 방정식으로 질서 정연하게 나열됐으면 좋으련만 장마철 지렁이 지나간 흔적처럼 자꾸 꼬이기만 한다 ‘사는 게, 산다는 게 이런 거구나’ 그렇게 어설픈 위안을 해보지만 내 스스로 그건 턱없는 위안이란 걸 알기에 달빛에 아롱지는 나무 그림자처럼 내가 나의 생각 속으로 최면 되고 만다 오래 전 언젠가 어떤 분 문집에 [마음을 비우면 더없이 편합니다]라고 쓴 적이 있다 다른 분께 그러라 해놓고 정작 나는 가득하다 가득하다 못해 넘치고 있다 이게 무슨 황당한 짓인가 난 가식 假飾으로 이루어진 존재인가 보다 무엇에 이리도 미련이 많은 걸까 무슨 미련이 남아서 이렇게 욕심을 부리.. 더보기 할배, 방송 탔다 어제 점심 무렵에 전화가 왔다 상냥하고 아리따운(?) 여자 목소리가 나를 찾는다 이게 뭔 일이지...? 뭔 일로 여자가 할배를 찾지...? 평화 방송국 이란다 양xx PD라고 자기소개를 하더니 인터뷰 요청을 해도 되겠느냐고 묻는다 내용인즉슨 요즘 우리 현장 인근에서 나오고 있는 민원에 대한 공사 감리단장(내 직책) 의견을 듣고 싶다는 거다 이것저것 질문을 하고 나는 나름대로 어느 쪽에도 피해가 없도록 요령껏(?) 대답을 했더니 PD 왈 저녁 6시 " 함께하는 세상, 오늘 " 시간에 전화를 다시 한단다 내가 “생방송 입니까?”했더니 “네” 란다 머시라? 생방송이라고? 아무리 목소리만 나오는 라디오(FM 99.9Mhz)라고 하지만 갑자기 생방송에 출연 하라고? 분장도 안했고 미장원도 안다녀 왔는데? 메일을 .. 더보기 가을... 널 보내며... 이젠 갈려나 보다 서릿발 같은 차가움 남겨두고 전혀 아니었다는 듯 갈려나 보다 아직 푸르탱탱한 고추도 있고 말랑해지지 않은 땡감도 가지에 매달렸는데 한 줌 망설임조차 없이 갈려나 보다 덥다고 더워서 못살겠다고 온 세상이 타죽을 것 마냥 아우성을 부리며 너 오기만 목을 매달았는데 그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넌 갈려는 구나 온 산을 물들이고 모든이의 가슴을 젖게 했지만 넌 형체조차 없기에 붙잡을 수조차 없구나 그리움으로 추억으로 뜨거워진 가슴 삭풍에 식히고 나면 또 다른 네가 오겠지 꽃피는 너 말이다 그 꽃향기에 지칠 즈음 우리는 또 널 그리워할게다 잘 가렴 더보기 나에게 너는 무엇을 바라보느냐 너의 생각 속에 무엇이 존재하느냐 한 겹 또 한 겹 그렇게 벗겨가는 우리 삶의 줄어듬 속에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허공으로 사라지는 날들이 아니었더냐 가을이 간다 세월이 가고 있다 다 가는데 무슨 미련으로 남아 있느냐 다 털고 일어서라 우리도 가야하지 않겠느냐 거름일망정 짊어지고 나서자 장날 아닐망정 웃으며 가보자 더보기 망각을 위한 추억 부질없는 생각 하나가 내 마음을 어지럽게 휘돈다 다시는 기억되지 말기를 그럴 수만 있다면 완전히 지우고 싶었던 덧없는 생각의 조각이다 긴 겨울을 지나오며 봄을 넘기면서도 끝내 지우지 못했다 그렇게 여름을 넘겼는데 새삼스레 찾아드는 것은 왜일까 가을은 복수의 계절이 아닌데 새로움을 위한 결실의 계절인데 이 좋은 계절에 왜 찾아드는 것일까 잊었느냐, 나에게 용서는 없다 있다면 베푼다면 망각이다 더보기 철지난 꽃 이슬시린 이 아침에 호박꽃 눈치 없이 피었다 곧 서리가 내릴 텐데 어쩌자고 피어나는 가 하늘은 너무나 높은데 무슨 생각으로 이제야 꽃을 피우는 가 마지막 너의 안간힘을 아무도 모르는데 지난밤 찬 바람에 잎은 생기를 잃었는데 반나절도 못 버틸 너라는 걸 알기에 널 바라보는 내 마음이 그저 안타까움 이구나 좋은 시절도 있었는데 벌 나비 앞 다퉈 널 찾은 적도 있었는데 너의 형제는 이미 아름드리 결실을 맺었는데 어쩌자고 이제야... 더보기 白便犬 앞집 개는 똥개다 짐짓, 모양은 진돗개이나 하는 짓은 영락없는 똥개다 하얀색 고운털이 아깝다 패기 있게 감아올린 꼬리 쫑긋한 귀 다 소용없다 길가 집에 살면서 오가는 차 다 짖어대고 오죽 짖고 싶으면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짖을까 그러나 나한테는 꼬리를 흔든다 역시 똥개다 먹다 남은 생선뼈 두어개에 꼬리를 사정없이 흔들어 댄다 너무 심하게 흔들어 엉덩이까지 흔들린다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마라 그러다 허리디스크 걸리면 평생 고생한다 생선뼈 따위에 그렇게 오절이 없으니 니 이름은 똥개다 白便犬... 니가 몇 번을 짖어야 이 가을이 마무리될까... 더보기 지금을 살며 왜 이런가 중심이 어디인가 바람 잦은 계절을 사는 탓일까 세상의 중심이 없다 백인백성 百人百聲 이고 천인천색 千人千色 이다 아무리 제 잘난 맛에 산다는 세상이지만 중심은 있어야 할 텐데 그게 없다 중심이 없으니 잡목 속에 들어온 바람처럼 욕이 난무하고 헐뜯음이 판을 친다 길가 전봇대가 한숨을 쉴 노릇이고 바위가 돌아 앉을까봐 두려울 따름이다 더보기 이전 1 ··· 48 49 50 51 52 53 54 ··· 6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