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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넋두리 (수필)

바람 부는 날 -경주 감포의 [문무 대왕릉] 일출 모습- 겨울 특유의 계절풍인 북서풍이 올겨울 들어 가장 심하게 불어옵니다 이 바람에 중국에서 눈에 안 보이는 온갖 것들이 휩쓸려 오겠지요. 생뚱맞은 이야기지만 중국은 역사적으로나 기후 쪽으로나 우리에게 직 간접적으로 많은 피해를 주는 듯 합니다 역사적으로 우리에게 가장 많은 외침 外侵을 하였고 봄이면 황사, 여름이면 폭우를 동반한 비구름, 가을이면 차고 건조한 고기압 겨울이면 북서풍 등등 이래저래 딴지를 걸곤 합니다. 역사학자들이나 전쟁 전문가들의 말을 빌자면 기후가 그 나라의 국민성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와 적도지역 국가처럼 계절 감각이 없는 나라의 국민성은 분명히 다르고 연 평균 온도가 높은 나라와 낮은 나라의 국민성은 거.. 더보기
통통배 검푸른 바다 위 점처럼 자그마한 배 플라스틱 몸체에 경운기 엔진 고기를 잡으니 어선이련만 왠지 그 이름이 어색하다 처음부터 욕심이 없었다 가느다란 밧줄에 통발 몇 개 담가놓고 노부부 일용할 양식만 구하면 된다 자식은 이미 큰 어선 선원 시절에 키웠다 이젠 멀리가지 않을 것이다 내 묻힐 곳 언저리를 맴돌 것이다 내가 묻히고 마누라도 묻히고 통통배도 포구 한 켠에 묻히면 폭풍우 걱정 없이 하늘 바다를 통통거릴 것이다 더보기
내 청춘아 어제 업무적인 용도로 사진관을 갔습니다 흔히 말하는 [반명함판] 사진을 찍어야 했거든요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자그마한 섬 완도의 사진관에서 실감을 합니다 내 기억에는 [급속사진 30분 완성]이 전부인데 지역 여건상 이마저 힘들 텐데... 이런 우려를 하며 [급해서 그러는데...] 토를 달았더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주인아저씨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을 합니다 사진을 찍고 카메라에서 뭔가를 꺼냅니다 어라... 디카 였구나... 나도 디카를 들고 다니면서 사진관은 옛날 침 꼴깍 삼키며 사진을 찍던 그 시절일 걸로 착각을 한 겁니다 10분 남짓 안주인 컴으로 고스톱 치는 거 구경하고 있자니 [만 육천 원입니다] 주인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이게 나 였구나 내가 이렇게 생겼구나 몇 년 사이 많이도 늙었네 입.. 더보기
나의 당신 흐린 저 구름 사이에 당신의 모습이 있습니다 얌전히 있지 못하는 구름 탓에 그 모습이 금방 지워지지만 분명 당신 이었습니다 오래전, 아주 먼 오래전 내가 꿈꾸었던 내 이상형의 모습 그 당신이 오늘 흐린 구름을 빌어 내게 오셨습니다 한낱 구름일 뿐이라고 비 되어 내리면 그걸로 끝이라고 하기 좋은 말로 그리들 말하지만 내겐 아닙니다 아직은 내 안에 사랑이 있습니다 사랑 하고픈 부끄러움이 분명 있습니다 아담한 마당에 자그마한 연못을 만들고 내 낚시 바늘에 찾아온 고기 키우며 유리로 만든 온실에 내가 찾은 온갖 들풀 키우며 그 그림 안에 당신도 그려 넣고 싶습니다 오늘 당신이 흐립니다 아니, 당신이 흐린 게 아니고 구름이 많습니다 평소에 잊고 지내던 당신을 구름 때문에 또 봅니다 당신을 쉴 수 있게 하는 구름 .. 더보기
나의 병 찬바람 몹시도 불던 날 남향 담벼락에 쪼그리고 앉았던 아득한 어린 시절처럼 한 줌 햇살 앞으로 식은 마음을 내밀어 본다 삶이 녹록치 않다고 마음의 추위가 몸까지 얼린다고 그래도 그 시절엔 마음은 포근했다고 온갖 넋두리 스스로에게 해대며 햇살에 의지를 한다 아마 나는 거식증 巨食症인가 보다 이렇게 많은 햇살을 온 몸으로 먹으면서 이까짓 추위하나 못 떨친다 나는 巨食症인데 내 마음은 拒食症인가 보다 더보기
잘났다 인간아 이십 수년전 내가 처음 운전을 할 적에는 고속도로건 시내 도로건 간에 차량이 별로 없었다 신호등은 당연히 한번 만에 통과를 했었고 장거리 출장을 가더라도 약속시간은 정확히 맞출 수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디 가려고 하면 도무지 약속시간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목적지까지 몇 시간이 걸릴지 예상 자체가 불가능 해졌다 이번 출장에도 그건 어김이 없었고 두어 시간 일찍 나섰지만 끝내 과속을 할 수밖에 없는 난감한 상황이 전개가 되고 만 것이다 해남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로 서울을 가면 일반적으로 4시간을 잡는다 물론, 서울 시내에서의 시간은 예외로 하더라도 거리상 4시간이면 충분하다는 게 우리 사무실 직원들의 공통된 생각인 것이다 지난주 목요일 서울 출장이 있었다 사무실에서 오후 1시에 출발했고 약속은 서울 강남구.. 더보기
^^* 한해가 갑니다 이런저런 사연들을 추억으로 남기고 어제, 서산을 넘어가던 노을처럼 그렇게 한해가 서산에 걸립니다. 어디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직업상 연말이면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한꺼번에 일 년이 내 앞에 쏟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사람은 바빠야 한다고 멈춤은 곧 후퇴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속된말로 [바쁘다고 월급 더 주나] 하며 혼자 궁시렁 거리곤 합니다. 물론, 돈이 전부가 아닙니다. 내가 하고 있는 지금의 일에 자부심도 있고 뭔가를 이룬다는 자긍심도 있습니다. 아마도 나의 궁시렁은 나를 위한 스스로의 위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의 휴식 말입니다. 내일 오후에 출장을 갈 것 같습니다 이번에 출발하면 제법 긴 출장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즈음의 출장이 늘 변수가 많아서 하루 .. 더보기
이게 뭔 일이람... 따르르릉~ 전화가 왔습니다 본사 관리부라면서 나를 찾나 봅니다 사연인즉슨 내년 1월에 중국 여행을 가시겠냐고 묻습니다 오잉... 중국이라고라? 만리장성 말이냐? 당근이지 이눔아~ 공짜로 중국여행 보내 준다는데 그거 마다할 사람이 어딨다고 물어보냐 안 그래도 여행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난데 당연히 가야지 이눔아~ 그런데 딸랑 삼박사일이라고 합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야~! 치사하다” 최소한 일주일은 구경해야지 삼박사일이 머꼬 회사 방침이 그렇다니 별 수없지요 중국... 나의 솔직한 선입견은 [지저분]입니다 인구의 1/3이 평생 양치질 한번 안 한다는 둥 옷을 이리저리 뒤집어가며 입는다는 둥 내가 그동안 들은 이야기는 별로 상큼하질 못 합니다 게다가 봄이면 황사로 많은 우리네 국민들이 불편을 겪는데 그 또.. 더보기
김장의 추억 온 동네방네 김장 이야기가 화제다 나야 혼자 사는지라 김장은 해당도 안 되고 눈치껏 요령껏 여기저기 한두 쪽씩 얻어먹으면 되지만 주부에겐 겨울을 넘기는 중요한 음식이고 반찬이니 소홀히 할 것이 아니니 신경이 많이 쓰일 듯하다 예전에 내가 대학 다닐 때까지 겨울이면 김치와 무관한 반찬이 없었던 것 같다 김치도 한두 가지가 아니고 배추김치, 무김치, 동치미 등등 배추김치도 젓갈 넣은 것과 안 넣은 것 등등 정말 뭔 가지 수가 그리도 많은지... 우리 집은 식구가 단촐 한데도 (부모님과 나 세 식구) 배추김치를 반접가량 (50포기) 한 것 같다 무는 양념용까지 합쳐서 한 접은 샀던 것 같고... 워낙 가정적이셨던 아버님은 김장할 때 절대 그냥 계시질 않으셨다 무 채썰기, 절인 배추 행구기, 마늘 다듬기, 생강.. 더보기
보리 아침, 집을 나서는 코끝이 시립니다 주말의 내 계획을 망쳐버린 비가 그냥 가기 뭣했는지 겨울을 집 앞에 두고 갔나 봅니다 직원들이랑 바다로 나가서 낚시도 하고 바다랑 이야기도 하리라 했었는데 내가 바다랑 친하게 지내는 게 못마땅한 건지 두 번의 주말을 그렇게 방해를 합니다 몸짓 하나조차 이럴 진데 세상살이 뭐 하나 쉬운 게 있겠습니까 이날까지 별 탈 없이 살아온 것에 감사해야 겠지요 특별히 아픈 적도 없었고 물질적으로 큰 어려움도 없이 이만큼 살아온 것이 감사한 거죠 나 어릴 적 [보리 고개]라 하여 이른 봄 배고픈 시절이 있었지요 쌀은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멀었고... 초근목피 草根木皮로 연명하던 시절 이었지요 작년 이맘때 이곳 해남으로 와서 그 시절을 떠올리는 음식을 먹었습니다 손님들과 식당에 갔었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