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가득한 이것은 무엇일까
순서도 없고 형식도 없이 그저 박쥐의 소굴 같은
이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x 축으로
y 축으로
그도 아니면 2차 방정식으로
질서 정연하게 나열됐으면 좋으련만
장마철
지렁이 지나간 흔적처럼
자꾸 꼬이기만 한다
‘사는 게, 산다는 게 이런 거구나’
그렇게 어설픈 위안을 해보지만 내 스스로 그건 턱없는 위안이란 걸 알기에
달빛에 아롱지는 나무 그림자처럼
내가 나의 생각 속으로 최면 되고 만다
오래 전 언젠가 어떤 분 문집에
[마음을 비우면 더없이 편합니다]라고 쓴 적이 있다
다른 분께 그러라 해놓고 정작 나는 가득하다
가득하다 못해 넘치고 있다
이게 무슨 황당한 짓인가
난 가식 假飾으로 이루어진 존재인가 보다
무엇에 이리도 미련이 많은 걸까
무슨 미련이 남아서 이렇게 욕심을 부리는 걸까
정말 비워야 하는데...
만약,
나에게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지금 나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비우는 거다
하나라도 더 비우면 그만큼 나는 가벼워지고
그만큼 나는 자유로울 것이다
비우자
비워라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다... 비우자
'내 마음의 넋두리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새벽 (2) | 2004.11.11 |
---|---|
가을비를 보며 (2) | 2004.11.10 |
할배, 방송 탔다 (15) | 2004.11.06 |
가을... 널 보내며... (8) | 2004.11.05 |
나에게 (18) | 2004.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