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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넋두리 (수필)

쉰소리... 한설이 채 녹기도 전 앙상한 가지 끝에 조금은 애처로이 피어나는 매화 옛 선비들은 사군자 四君子 중의 하나로 꼽으며 그를 칭송 했었다 그리고 난 蘭 그 또한 사군자의 하나로 옛 선비들은 그를 가까이 두고 꽃을 사랑하고 품위 있게 뻗은 잎을 사랑했다 봄이면 춘란, 여름이면 하란, 가을이면 한 꽃대에 여러 송이의 꽃이 피는 추란 (일명 - 일경구화 一頸九花) 겨울이면 그 향이 천리를 간다는 한란 바람을 먹고 사는 풍란 새해가 왔음을 알린다는 보세란 報歲蘭 그리고 늦가을 찬 서리 속에서 그 기품을 잃지 않고 그윽한 향으로 피어나는 국화 오로지 하늘을 향해 곧게 자라는 대나무 이제 사군자는 없다 일부 문인 화인 畵人의 글과 그림 속에서 질긴 목숨을 부지하고 있을 뿐 우리 곁에서 멀어진지 오래다 그 시절보다 매화.. 더보기
커튼 묘하지 않느냐 웃기는 일 아니냐 궁금증으로 창을 만들고 숨으려고 가리고 웃기는 세상이다 알다가도 모를 세상이다 더보기
가는 11월 이제 또 한 장을 넘겨야 됩니다 어느덧 열 한 장이 넘어 갔습니다 어설프게 매달린 한 장 뒤로 넘겨진 열 한 장이 쑤군거리고 웅성 거립니다 좋았건 나빴건 그들은 이미 일을 마쳤기에 남겨진 한 장에게 모든 걸 다 미루고 나 몰라라 퍼질고 앉았습니다 세월이 빠른 건가요 내가 헛되이 소비를 했나요 무엇으로 삼백 수십 날을 채웠는지 아무런 기억도 없는데 말입니다 더보기
어렵다 우리는, 아니 나는 과연 얼마나 헤아림을 하면서 사는 걸까 나 아닌 모든 세상을 향해 과연 얼마나 나를 내어주면서 사는 걸까 늘 모든 것에 항상 내가 양보하면서 산다고 혹독한 착각 속에서 사는 건 아닌지 먼 훗날 내가 나의 착각을 발견하고서 미칠 것처럼 자괴하는 건 아닐까 세상의 모든 것이 나의 스승이다 남들이 남들에게 잘못하는 걸 보면서 그걸 타산지석 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하니 세상은 나의 스승이다 말은 쉽다 늘 그렇게 산다고 믿었는데 요즘 들어 조금씩 ‘이거... 맹신 아닐까...’ 이런 의구심이 든다 살수록 어렵다 생각이 많을수록 그만큼 답은 더더욱 오리무중이다 사십을 불혹이라고 하는데 내게 불혹은 없으려나 보다 그 단어의 의미조차 헛갈린다 오십 고개에서 아직 동서남북도 가름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것도.. 더보기
가을의 끝에서 이제 겨울이라고 한다 조석으로 쌀쌀해지고 아침에 나와 보면 마치 세차를 한 듯 이슬인지 녹은 서리인지 차는 흠뻑 젖어있고 시동을 걸고 앉아 있노라면 등으로 차가운 기운이 감돈다 집 근처 초등학교에 등교하는 아이들에게도 차가움은 영락없이 찾아와 가방을 든 손은 빨갛고 웃고 재잘대는 입에선 연신 입김이 솟는다 올 가을은 제대로 단풍을 만나지도 못했는데 뭐가 그리도 급한지 속절없이 내게 이별을 고하고 마치, 뭔가를 잃어버린 듯 나는 조바심이 인다 남녘땅이라서 기온이 높아서 단풍이 별로 곱지 않다고 말도 안 되는 위안을 해대며 가는 가을을 못내 아쉬워하는 나다 지난주엔 뭘 했지? 그 앞주엔 또 뭘 했고... 나름대로 해야 할 일들과 한시적인 것들에 빠짐이 없고자 내 딴엔 챙기며 산다고 하건만 지나고 보면 늘 아.. 더보기
나는 조기 위에 올라앉아 은근히 눌러대는 돌덩이처럼 내 가슴을 압박하는 이것이 무엇일까 석 달 열흘 묵은 체증처럼 명치를 누르는 이것은 또 무엇일까 바스러지는 낙엽의 단말마가 내 귀에는 짜증스레 들리는 그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 가을이 간다고 다들 아쉬워하는데 얼른 가버리라고 뒤도 돌아보지 말라고 차가운 냉소를 흘리는 나는 나는 누구란 말인가 더보기
할배 바다낚시 출조기 어젠 모처럼 바다에 갔었습니다 평소에 출퇴근하며 보는 바다랑 내가 그 속으로 갔을 때랑은 느낌부터 다르고 그 내음도 다릅니다 새벽 3시 부스스 눈을 떴습니다 거실에서 윙윙 소리가 나길래 봤더니 뭐가 급했는지 간밤에 컴퓨터를 안 끄고 방으로 갔나 봅니다 (아이고 전기세 아깝거로...) 대충 씻고 방한 낚시복 챙겨 입고 낚시 가방이랑 살림통 (낚시 장비랑 기타 물품 담은 박스) 두 개, 갯바위 장화를 신고 현관을 나섰습니다 휴일 새벽 12세대가 사는 아담한 빌라의 복도 행여, 내 발자국 소리에 단잠을 깨실라 도둑고양이처럼 뒷꿈치를 들고 계단을 내려갑니다 새벽 4시 상큼한 새벽이 나의 남은 잠을 깨우고 차 문을 여니 반기듯이 실내등이 켜집니다 이것저것 뒷좌석에 싣고 출발 집에서 가까운 [김밥 xx]으로 가보니.. 더보기
어느 가을의 출장 어제 직원 두 사람이랑 출장을 갔었다 늘 혼자 다니다가 동행이 있으니 나름대로 여유롭기도 하고 뭣보다 내가 운전을 안 해도 된다는 얄팍한 이점도 있어서 좋았다 내 직업상 출장은 늘 애보다 배꼽이 크다 실제 업무는 길어야 삼십분인데 기다리는 시간, 오가는 시간이 짧게는 여덟 시간 길면 일박이일도 흔히 있으니 말이다 어제는 돌아오는 길에 광주를 둘러서 오는 바람에 평소보다 차를 두어 시간 더 타야했다 자주 다니는 여행길 이라면 한 두 시간 더 타는 거야 대수로운 게 아니지만 업무와 관련해서 차를 타는 건 이상하게 부담이 많다 평소엔 업무를 마치면 서해안 고속도로로 씽씽 달려오는데 광주를 경유해서 와야 하니 국도로 금산사 IC까지 가서 호남 고속도로로 광주로 갔다 광주에서 볼일을 보고 국도로 나주를 거쳐 영암.. 더보기
사무실 마당의 미소 비개인 하늘이 너무 투명하다 점심식사를 하고 느긋하게 하늘을 보노라니 삶이 아름답구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역시 밝고 맑음은 좋은 것인가 보다 직원들이 사무실 마당에서 족구를 한다 누가먼저 하자고 했을까 x과장은 팔이 부러져 깁스를 했으니 일단 예외고 그렇다면 학사장교 출신인 x차장? 젊다는 게 역시 좋구나 오늘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체감온도도 낮은데 아랑곳없이 윗옷을 벗고 용감무쌍 하다 집에 가면 다 가장들인데 지금은 영락없는 애들이다 사람은 영원히 완전한 [어른]은 안 되는 가 보다 사무실에서 저렇게 설쳐놓고 집에 가면 [조용해라] [떠들지 말고 숙제해라]하며 아이들을 닦달 하겠지 미소... 사람이다 사람이라서 가능한 미소다 저들의 그런 모습을 상상하면서 미소를 짓는다 나도 그랬다는 이실직고라서 미소가.. 더보기
오늘의 하늘을 보며... 하늘이 흐리다 어디서 몰려온 구름인지 제 세상인양 하늘을 가리다 있다 그렇지만 하늘은 변함없이 푸르다 다만, 우리가 볼 수 없을 뿐이다 오늘처럼 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보노라면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이랑 너무 흡사한 것 같다 우리는 많은 것에서 가식에 가려진 진실을 보질 못한다 눈에 보이고 들리는 것만 인정 한다 그 바람에 우리는 많은 시행착오와 실수를 범한다 더 문제가 되는 건 사실을 사실로 보는 게 아니고 내 주관으로 본다는 것이다 진실은 따로 있는데 각자의 주관으로 판단하는 누를 범하다보니 불필요한 언쟁이 심하고 오해를 산다 시간이 지나고 구름 걷힌 파란 하늘이 나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은 파란색이라고 치부해 버리고 말듯이 한참이 지난 후에 그 언쟁이 얼마나 창피했는지 때늦은 후회를 하곤 한다 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