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마음의 넋두리 (수필)

거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나비처럼 날개도 없으면서

개미처럼 활동적인 것도 아니면서

 

서른 여섯 번

굽이쳐야 오르는 나의 집에

사냥터를 펼쳤구나

 

가녀린 허브 줄기를 기둥삼아

떡하니 더부살이를 시작한 너

뭐 먹을게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너의 궁핍함이

화초에 주는 물방울에도 반가이 달려 드는구나

널 위해 오늘은 방충망을 열어둬야 겠구나

 

혹시 모르지

눈 먼 모기라도 올지

 

 

 

'내 마음의 넋두리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탁소 (洗濯所)  (0) 2003.08.31
나의 슬픔  (12) 2003.08.29
사필귀정 (事必歸正)  (10) 2003.08.28
모델  (8) 2003.08.27
風磬에 매달린 바람  (4) 2003.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