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발이 왜...]
그저께 대구 시내 [야시골목]이랑 [로데오거리] 사진을 찍던 중
거의 마지막 무렵에 어제 올린 사진 중 마지막 사진에 나오는 비둘기를 만났습니다
제가 [만났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그 비둘기가 나를 보고도
그냥 불안해하기만 할 뿐 도망을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그 비둘기 걸음걸이가 좀 이상했습니다
혹시나 하고 망원으로 찍어서 확대를 해 보니
그 비둘기 한쪽 다리는 아예 발목만 남았고
한쪽도 겨우 발가락 부분이 조금 남아있을 뿐
발이라고 할 것도 없었습니다
물론 새라는 짐승이 하늘을 날긴 하지만
그래도 모이를 먹으려면 분주하게 걸어 다녀야 하는데
발이 그러니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뒤뚱뒤뚱 겨우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내가 가까이가도 도망가질 못하더군요
설마 그럴까마는
제가 보기에 다른 비둘기들이 그 비둘기를 따돌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 비둘기가 가까이가자 다른 비둘기들이 풀쩍 뛰어오르며
그 비둘기에게 위협적인 모습을 취하곤 하더군요
한참을 지켜보았는데
그 비둘기는 다른 비둘기들이 먹이를 먹고 지나간 자리에서 혼자 먹이를 찾고 있었습니다
인근 가게에서 과자를 한봉지 샀습니다
그 비둘기에게 과자를 던져줬더니 허겁지겁 무척 빨리 먹더군요
마음 같아선 집에 데려와 키우고 싶었지만 짐승이라면 기겁을 하시는 울 엄마시라서...
그 비둘기...
설마 자해 소동을 벌려서 그리 되진 않았을 테고
보나마나 인간의 어떤 행동에 피해를 당한 것이겠지요
작년인 가 대구수목원에 갔을 때
목에 나일론 줄이 감긴 비둘기를 봤습니다
그렇게 된지 얼만 안 됐는지 목에 핏자국도 선명하더군요
우리가 재미로 던진 돌에 연못에 사는 개구리는 목숨이 오가듯
우리 인간이 아무 생각 없이 행한 행동에 우리 주변의 동식물들이 수난을 당합니다
우리네 인간들의 삶이나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라면
그건 정당방위에 해당하니 저 역시 찬성입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의 아주 미미한 이익을 위해서
혹은 아주 부질없는 흥미를 위해서
아주 당연한 듯 그들을 해칩니다
이건 약육강식(弱肉强食)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초원의 제왕인 사자
그들도 배가 고플 때만 사냥을 합니다
배가 부르면 옆에 먹잇감이 지나가도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은 옳은 것을 행할 때 이야기지
사리사욕을 위해서 무조건 끌어 모으라는 게 아닙니다
나는 동식물들에게 복수심이 없음이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복수심이 있었다면 인간은 결코 이 땅에 존재하지 못할 것입니다
아주 오래 전 [새]라는 흑백영화가 있었습니다
그 영화에 등장하는 새는 까마귀인데 그 새들이 인간에게 복수를 하는 영화입니다
만물의 영장이네 뭐네 하면서 온갖 자만에 빠져있지만
정작 인간은 개 한 마리도 이기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입니다
아울러 지금 당장이야 인간이 우월할지 모르지만
우리 인간이 그러했듯이 동물들도 계속 진화를 합니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아주 먼 훗날 어쩌면 동물들에게도 복수심이라는 무서운 본능이 생길지 모를 일입니다
(물론 엄청난 비약이지만요)
동물을 사랑하자 말자가 아닙니다
최소한 그 존재를 인정하자는 겁니다
요즘처럼 온갖 [꺼리]가 많은 세상에
굳이 그들을 괴롭히고 오락의 대상으로 삼을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기 위해 짖지 못하게 성대를 절단하고
새가 도망치지 못하게 깃털을 뽑아버리고...
그러면서 절이고 교회고 성당이고 찾아가서
제 잘되게 해달라고 불공드리고 기도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세상천지에 이런 황당한 존재가 인간 말고 또 있습니까?
귀신이 혀를 차며 돌아앉을 일이지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습니다
[이 영감탱이 뭔 헛소리냐]하시지 말고
당장 밖으로 나가 보십시오
나가서 마음을 열고 눈을 열고 귀를 열어보십시오
온갖 탄식과 신음과 원망의 소리가 들릴 것입니다
두려움을 알아야 진정한 용기도 있는 법입니다
그걸 모르는 자 진정한 용자(勇者)라 할 수 없습니다
천지도 구분 못하는 망나니일 뿐입니다
며칠 전 [애플이]가 저더러 그러더군요
[요즘 해심할배 많이 까칠해졌다]구요
그 소리를 듣고 무척 창피했습니다
나는 늘 정상(?)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언제부턴가 많이 부정적으로 변했나 봅니다
자그마한 불만에 온갖 성질을 다 부리며
뭐든 내 뜻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금방 불만을 토하며 사는 것 같습니다
나보다 더 어렵고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이 훨씬 더 많을 텐데 말입니다
주어진 여건에 순응하며
아무 불평 한마디 없이 열심히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던 그 비둘기
그 비둘기에게 무척 부끄러운 하루였습니다...
건강하세요
이 사진은 전부 조금씩 크롭을 한 것입니다
EOS 1Ds MarkⅢ + EF 28-300mm f/3.5-5.6L IS U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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