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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넋두리 (수필)

.....

[지난 5월 11일 안동에서]

2주 연속 일요일에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주는 병문안 이번 주는 장례식...

제가 나이를 먹어가는 것과 비례해서

제 주위에 하나 둘 빈자리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4남매 중 맏이이신 울엄마

외삼촌 두 분은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이모 한분이 계셨는데...

몇 해 전 간암 수술을 받으셨고

그동안 수시로 병원 신세를 지시다가 그저께 토요일에...

지난주에 살아서 마지막 얼굴을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엄마 모시고 병문안을 갔었습니다

가며오며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이모와의 많은 일들을 떠올렸습니다

누구에게나 다 그렇지만 나에게 이모는 참 많은 추억이 남아있는 분입니다

어릴 때 외갓집에서 자란 나에겐 더더욱 많은 추억이 있습니다

나보다 13살 많으신 나의 이모

내가 6살부터 외갓집에서 살았으니

채 스무살도 안 된 이모는 이모이자 엄마였습니다

내가 엄마가 보고 싶어 울면

어린 이모가 기꺼이 당신 가슴을 내어주며 달래곤 하셨습니다

그 당시엔 그게 스무살도 채 안 된 처녀에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몰랐습니다

이모는 당연히 그렇게 하는 거라고 알았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부모님이 계시던 대구로 전학을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모도 대구로 올라왔습니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고

얼굴도 기억이 안 나는 할머니께선 그 당시 치매셨는데

이모는 언니 시어머니 병수발을 다 하셨습니다

자식도 하기 힘들다는 치매 수발을...

하나뿐인 자식이라고 유달리 엄하게 절 키우셨던 울엄마

나의 작은 실수에도 회초리를 드셨고 그럴 때마다 이모는 온몸으로 나를 감싸 안으며

언니의 회초리를 대신 맞곤 하셨습니다

마산 옆 덕동의 8남매 맏이 이모부랑 결혼을 하신 이모

있는 거라곤 가난과 줄줄이 달린 시동생 시누이들 뿐...

지금도 기억에 선명한 방학 때 놀러갔었던 이모네 집 풍경

아침은 깡보리밥 점심은 아침에 보리밥하면서 얹어서 찐 보리개떡 저녁은 희멀건 김치국밥

농사라고는 해본 적 없는 이모는 그래도 억척같이 일을 했습니다

대대로 간이 안 좋은 이모부 집안 내력 탓인지 이모부는 간경화로 일찍 돌아가셨고

어린 아들 셋에 일곱 시동생 시누이들 다 시집장가 보내고 좀 편하게 사는 가 했더니

장남도 5년 전에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버린...

듬성듬성 이빨이 빠진 옥수수 같은 내 주변의 그림

4대독자인 내게 외가는 친가나 마찬가지인데

왜 이런 이빨 빠진 그림이 됐는지...

어제 내려오는 길에 엄마랑 아들이랑 경부고속도로 칠곡휴게소에서 저녁을 먹으며

손자랑 나란히 앉아 저녁 드시는 울엄마를 유심히 바라봤습니다

울엄마는 언제까지 사실까...

최소한 내가 울엄마보다 1년은 더 살아야 할 텐데...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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