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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넋두리 (수필)

까마중 그리고...

[까마중 - 2010 10 16]

까마중...

참 흔하디흔한 녀석입니다

봄부터 늦가을까지 어디를 가도 얼추 만날 수 있는 흔한 녀석입니다

사실 나 정도의 야생화 짠밥이면 그냥 지나쳐야 지극히 평범한 일인데

지금도 눈에 띄면 꼭 5장 이상 찍습니다

1회 포스팅에 최소한 5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진을 찍었다고 다 포스팅 하는 것도 아니고

포스팅을 전재로 사진을 찍는 건 더더욱 아니지만

이 녀석은 꼭 찍습니다

지금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옛날은 나의 너댓살 무렵이니 50년이 훨씬 지났습니다

그런데 그리 오래 전 기억 속에 이 녀석이 있습니다

그 시절 마산에 살았고

마당이 제법 넓고 허름한 양철지붕에 판자로 된 울타리가 있는 집이었는데

그 넓은 마당에 까마중이 지천으로 피고 지었고

까만 열매는 나의 간식 역할을 했습니다

약간 달콤하긴 하지만

몇 개만 먹어도 혀끝이 아리해지는 그 열매

초등학교 3학년 때 대구로 전학을 왔고

도시에 살면서 까맣게 잊고 살았고 어른이 되면서 일에 쫓기고 삶에 쫓기고

까마중이라는 추억이 있었다는 것조차 잊고 살았습니다

그걸 먹으면 안 된다는 걸 야생화 사진을 하고나서 알았습니다

요즘은 눈에 보여도 먹지 않습니다

해롭다 아니다가 이유가 아닙니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 된 꽃이기에

그 꽃이 오래오래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울산 강양항 갯바위에 핀 까마중을 만났습니다

어떻게 이런 곳에 뿌리를 내렸는지

그 척박한 환경에서 어떻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는지

한참을 그 앞에 앉아서 바라 보았습니다

그 앞에서 50여 년 전 그날들을 회상했습니다

회상이라고 해봤자 거미줄에 매달린 이슬처럼

전혀 연결되지 않은 알맹이 같은 조각 몇 개지만

나에게 가장 소중하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아련한 그것입니다

내 손주가 말귀를 알아들을 만큼 자랐을 때

그 꽃 앞에서 내가 너 만 할 때 늘 들여다보고 따먹었었단다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기력이 달리고 손이 떨려 더 이상 그 꽃을 담을 수 없을 때

내 카메라를 손주에게 물려주며 그 꽃을 꼭 찍으라고 일러주고 싶습니다

그 꽃을 보면서 할애비를 한번 생각해달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흔하디흔한 꽃이라서 다행입니다

아이가 일부러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거든요

오래오래 피는 꽃이라서 다행입니다

오늘 잘못 찍었으면 내일 다시 찍을 수 있으니까요

허구 많은 땅 다 놔두고 강양항 갯바위에 자리 잡은 바보 같은 까마중

그 바보 같은 까마중 앞에서 옛날 곰삭은 추억 한 조각이나 더듬고 있는 나

누가 더 바본지...





*****


[가지과 - 까마중 - 2010 10 06]

가지과 한해살이풀 까마중

이게 왜 가지과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자세히 보면 꽃도 그렇고 잎도 그렇고 식용으로 사용하는 가지의 축소판입니다

기본은 흰색의 꽃이 피는데

간혹 가지처럼 연한 보라색 꽃이 피는 녀석도 있으며

키는 사는 곳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간혹 배풍등이랑 헷갈려 하시는데

까마중은 곧게 자라는 반면 배풍등은 덩굴성 식물입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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