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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넋두리 (수필)

불국사 그리고...

[불국사 - 2010 11 03]

대한민국 국민 중에 설마 불국사 모르는 이는 없겠지요?

제 연배라면 초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으로 가보셨을 것이고

굳이 수학여행이 아니더라도 다들 가보셨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른 시간에 갔음에도 전국에서 수학여행 온 애들이 어찌나 많은지

앞마당에서 대기를 하면서 차례대로 경내 구경을 하더군요

유치원 아이들부터 공군사관학교 큰 애들까지

거기다 나처럼 철 안 든 늙은 애들까지...^^

불국사의 가을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


[불국사 주변 - 2010 11 03]

저야 뭐 날라리 진사니까 작품이고 뭐고 없습니다만

늘 명작을 남기시고자 노력하는 진사님들께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네 사회 통념상에서 볼 때

내가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 그건 범죄에 해당합니다

경중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설령 과실이라고 해도 죄라는 것엔 변함이 없습니다

사진을 담고자 많은 곳을 다니다 보면

어김없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광경을 목격하는데

바로 삼각대입니다

삼각대의 용도는 사진을 하는 사람이라면 말씀 안 드려도 잘 알 겁니다

문제는 삼각대라는 게 내겐 아주 이로운 도구일진 모르겠지만

타인에겐 아주 귀찮은 물건입니다

일단 이 날의 경우를 보자면

어림짐작으로 천명이 넘는 아이들이 불국사를 보러 왔습니다

가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불국사 대웅전 앞이 의외로 좁습니다

그 좁은 공간에 외국인 관광객까지 뒤섞여 그야말로 시장통을 방불케 했는데

그런 상황에 대웅전 앞에 삼각대를 펼쳐놓고 사진을 찍더군요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도 있듯이

저 역시 사진을 하는 입장인지라 어지간하면 그 사람들 입장을 이해하고 싶지만

그건 좀 아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차 트렁크에 항상 삼각대 2개랑 일각대 하나가 실려있습니다

그렇지만 제 경우에 삼각대는 새벽 일출이나 야경 혹은 지연촬영시에만 사용합니다

한낮에 그것도 이날은 너무 화창해서 해를 정면으로 볼 경우 셔터 스피드 때문에 조리개를 조아야할 지경인데

그런 상황에서 삼각대가 왜 필요한지요?

그런 진사들에게 정말 묻고 싶습니다

혹시... 나 진사요... 이걸 은연중에 과시하고 계시는 건 아닌지요?

한마디로 괜히 똥폼 잡는 거 아닌가입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한밤중에도 썬그라스 끼고 운전하는 배우처럼 말입니다

요즘 디지털 카메라는 예전 필름 카메라와 비교시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메이커에 따라 렌즈나 카메라 자체에 손떨림 방지기능이 있어서

제 경험상 300mm 망원에서 1/6초에서도 거의 흔들림 없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햇빛이 강한 백주 대낮에 왜 삼각대가 필요한 거죠?

설령 사진이 흔들려서 망쳤다고 할지언정

나의 알량한 사진을 위해 그 복잡한 곳에서 삼각대를 펴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도 된다는 건가요?

일전에 경북 봉화 청량산에 갔을 때

청량사 가는 좁은 등산로에 삼각대 펴고 오가는 등산객들 인상 찌푸리게 하던 그 진사들

마주치면 한사람은 살짝 옆으로 피해야 안 부딪치고 지날 수 있는 좁은 길인데

거기다 몇 명이 삼각대 펼쳐놓고 뭘 어쩌자는 겁니까?

제발 좀 그러지맙시다

본인은 그게 엄청시리 똥폼 난다고 착각할지 모르겠지만

다른 모든 사람은 그대를 진상으로 밖에 안 봅니다

같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 창피합디다

그대만 입장료 내고 들어온 거 아니거든요

그대의 그 이기적인 행동 하나가 다른 모든 진사들을 도매금으로 싸잡아 시중잡배로 만들고 있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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