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들판 - 2010 11 29]
산다는 것
내 안에 삶의 둔덕이 높아진다는 것
늙는다는 것
삶 속에서 문득문득 그걸 느낍니다
산다는 거 그리고 죽는다는 거
불과 얼마 전까지 내 나날들 속에 그런 건 없었습니다
내 나이 56 이즈음에 도착하니 그런 게 보이곤 합니다
늙었다는 증거지요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서 정리를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무엇으로 나는 그걸 실감하는지 말입니다
늙어간다는 거
그건 내 삶 속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진 땅바닥을 기면서 야생화 앵벌이 하느라 정신이 없으니
한가한 이 겨울에 하나씩 생각나는 걸 정리를 해볼까 합니다
늙는다는 거 [첫번째 이야기]
목욕탕 갔을 때입니다
젊었을 땐 목욕탕에 가면 30분이면 충분했는데
늙으니 1시간으로도 부족합니다
젊었을 땐
목욕탕 들어가서 샤워기 틀어 놓고 양치질하고
때수건에 비누칠해서 온몸 한번 문지르고 머리 감고 행구면 탕에선 끝이고
나와서 닦고 머리 손질하고 옷 입고 나오면... 30분으로 충분했습니다
늙으니
위의 행동은 같은데 추가되는 게 있습니다
예전엔 근처에도 안 갔던 탕에 언제부턴가 들어갑니다
반신욕처럼 앉아서 눈 지그시 감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 생각들의 대부분은 사람 생각입니다
나랑 어떤 경우로라도 인연이 닿은 사람들 생각입니다
희노애락 어떤 인연이라도 상관없습니다
그냥 용서하고 용서 구하고
그저 행복하길 바랍니다
그들에 대한 나의 가장 큰 바람은
그들이 최소한 나보다 하루라도 더 살기를 바랍니다
간절히...
건강하세요
'내 마음의 넋두리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헛소리 (9) | 2011.01.03 |
---|---|
감사합니다 (18) | 2010.12.31 |
유등지에서 (15) | 2010.12.08 |
미국이 부럽다 (14) | 2010.11.26 |
불국사 그리고... (23) | 2010.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