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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넋두리 (수필)

헛소리

[닭의장풀 - 2010 09 24]

또 한해가 밝았습니다

하는 일 없이 세월만 간다더니

뭘 했는지 기억에 남는 것도 별로 없는데 어느덧 57이라는 나이를 받아 들었습니다

늙는다는 건

삶의 변방으로 점점 다가가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사각형 방구석에 있다는 건 그만큼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좁다는 의미지요

결국 늙는다는 건 모든 것에서 제한이라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육신은 점점 굳어 가는데

부질없는 마음만 공상 속 허공을 맴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굳이 붙잡고 싶진 않습니다

마음이나마 구속 없는 자유를 누리게 그냥 둡니다

덕분에 내 마음은 늘 자유롭고 풍요합니다

내게 새해라는 단어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어제 다음날이 오늘이고 내일은 오늘의 다음날입니다

시작과 끝을 잇는 기다란 줄

그 줄 위를 나는 걸어가고 있습니다

걷다가 때론 걸음을 멈추고 미끄럼을 타기도 하고

피곤하면 잠깐 잠을 자기도 합니다

가기 싫다고 멈출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대신 업어주는 것도 아닙니다

간혹 중간에 포기하고 뛰어내리는 사람도 있지만

나에겐 그렇게 뛰어내릴 용기는 없습니다

의욕이 아니라 용기가 없습니다...

2003년 1월에 시작했으니까 어느덧 8년째 여기 머물고 있습니다

블로그에 블로그 이외의 이야기를 거의 안 하는지라

해가 바뀌었다고해서 여기에 거하게 쓸 이야기는 없습니다

성격상 내 이야기를 남들에게 잘 하지도 않구요

2010년 마지막 날 밤 문득 한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블로그에서 사라진다면 블로그 이웃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들은 나에 대해 어떤 걸 기억할까...?

사진 야생화 할배

블로그 글쓰기에 있는 태그 같은 몇몇 단어

그 외에 또 뭐가 있을까...?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걸로 족합니다

누군가가 나와 연관해서 그런 몇몇 단어나마 기억해 준다면 만족입니다

내가 준 게 없음에 더 바라지 않습니다

나눔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에 받을 권리도 주장하진 않습니다

그럴 정도로 싸가지 없는 인간은 아니니까요...

어제 꼬맹이를 안고 개천가를 몇 발짝 걸었습니다

걸으면서 발아래를 두리번거렸습니다

이제 곧 봄이 오겠지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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