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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넋두리 (수필)

잡담 3

 

 

 

 

 

 

2주간의 저요오드 식이요법

시작하기도 전에 온갖 걱정들이 가족들 밤잠을 설치게 할 정도였는데

어느덧 한주가 지나가고 다음 주 아침까지만 버티면 됩니다

 

밖에서 파는 음식은 거의 먹을 수 없습니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장시간 외출은 할 수가 없고 꼭 나가려면 도시락을 가지고 가야되는데

말이 좋아서 도시락이지 외출을 포기하게 됩니다

 

신기한 게 먹을 수 없으니 먹고 싶은 게 많아집니다

블로그 친한 누이님네 딸래미는 외국 유학시절 먹고픈 거 수십가지를 적어왔더라고 하더만

이 나이에도 은근히 먹고 싶은 게 하나 둘 생깁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종류가 해산물입니다

바닷가에서 태어난 탓인지 생선을 좋아하고 생선으로 끓인 미역국을 좋아하는데

해산물을 절대 먹지마라고 하니 정말 먹을 게 없습니다

 

어쨌거나 절반을 버텼습니다

지난 일주일 21끼 중 토요일에 가족 나들이를 가는 바람에 점심에 삶은 고구마랑 커피를 식사대용으로 먹었고

나머지 20끼는 집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궁하면 통한다는 속담도 있잖아요

시작 전엔 온 가족이 고민과 걱정을 했지만 막상 닥치니 그걸 해냅니다

2주만 버티면 된다 버티자 버티자... 그렇게 버팁니다

 

아직도 식도 이식한 게 완전히 적응을 못했는지

식사를 하거나 물을 마시다 보면 순간적으로 코로 역류해서 주르륵 흘러나오곤 하는데 처음보단 훨씬 나아졌고

음식 삼키는 행동에 대한 불안감이 많이 줄어들어 밥을 먹는다는데 대해 거부감이 적어졌습니다

 

처음엔 밥 한 숟갈 넘기는 게 공포였습니다

순하게 넘어가줄지 코를 찢는 통증으로 역류할지 삼켜봐야 아니까요

퇴원 직전엔 나도 모르게 식사를 거부하는 지경까지 갔었습니다

 

먹고 힘을 내야 퇴원이 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잖아도 수술 후 약해진 육신에 며칠 단식 아닌 단식을 했더니 온몸 여기저기 호스까지 주렁주렁 단 그 몰골은 가히...

오죽했으면 1년차 담당의사가 지하 편의점에서 빵이랑 음료수를 사다주며 [안 먹으면 죽습니다]라고 하더군요

 

 

나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나는 어떤 낭떠러지 기슭 어디쯤을 어슬렁거리고 있었습니다

마음 한구석엔 죽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거든요

 

그렇지만 살아서 돌아왔고

지금도 살아남기 위해 나름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고 나를 살리기 위해 수고하신 병원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고

걱정과 격려의 마음으로 바라봐 주시는 모든 시선에 고마운 마음입니다

 

비록 냄새도 못 맡고 말 한마디 못하는 벙어리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지난 주말 대구 팔공산 순환도로 벚꽃이 정말 아름다웠고 그걸 보고 느끼는 눈과 마음이 남아있음이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마음으로 사랑하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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