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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넋두리 (수필)

잡담 2

 

 

 

 

 

 

 

 

 

 

 

2007년 첫 수술 후에도 느꼈었는데요

전신마취와 함께하는 장시간 수술은 수술 후에 후유증이 분명히 있습니다

지난번에도 그랬었지만 이번엔 그 정도가 훨씬 심하네요

 

그 후유증 중에 가장 와 닿는 게 건망증입니다

건망증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도 좀 뭣하긴 한데 내가 살아가는 지금의 시간이 기억에 잘 남질 않습니다

그래서 더듬어 보면 새삼스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합니다

 

226일 퇴원했으니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그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기억에 저장된 게 거의 없습니다

분명히 치열하고 매순간 혼자 애간장 졸이며 사는데 자고나면 다시 리셋입니다

 

물론, 그 덕분에 오늘도 살아남고자 나만의 전쟁을 치룰 수 있겠지요

현관문 나서는 순간 수화를 모르는 후천적 벙어리인 나는 모든 것에 좌절을 겪습니다

벙어리 된지 2달도 안 된 입벙어리 손벙어리...

 

그래도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거나 미세먼지가 극도로 나쁘지만 않으면 밖으로 나갑니다

일부러 점심을 밖에서 사먹고 일부러 바깥일을 만들고 금방 할 수 있는 일이라도 한꺼번에 안 하고 남겨둡니다

그래야 내일 또 외출을 하고 초보 벙어리의 현실에 부딪칠 테니까요

 

이젠 낯선 이가 말을 걸어도 태연하게 웃습니다

웃으며 손을 가로젓거나 내 입을 가리키며 손을 저으면 대충 이해하고 갑디다

내가 나의 이 현실을 스스로 인정만 하면 그걸로 되는 겁니다

 

 

지난 월요일 며느리를 만났습니다

같이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나는 수첩에 글을 쓰면 되거든요

 

불편하고 귀찮을 것 같지만 오히려 정겹습니다

글을 쓰고 그걸 읽어야하니 좀 더 가까이 앉고 그러니 그만큼 정도 더 돈독해집니다

그렇잖아도 예쁘고 고마운 며느린데 한 뼘 더 가까우니 더더욱 그랬습니다

 

41일부터 2주간 저요오드 식이요법 해야 하니 그 준비랑

23일 방사성동위원소 입원이랑 퇴원 후 며칠간 사람들이랑 격리하는 거 등등

집은 대구고 병원은 일산이니 사실 좀 복잡하긴 합니다

 

이번 주면 3월도 다 가고

41일부터 14일까지 저요오드 식이요번 실시 후 415일 입원해서 17일 퇴원하고 21일까지 혼자 격리조치하고

22일 병원 가서 전신촬영하고 24일 또 결과 보러 병원에 가야됩니다

 

몸도 온전치 못한데 말조차 못하는 시애비

그런 시애비가 4월 한 달 저요오드 식이요법에 방사성동위원소 치료에 격리조치에 일산을 수시로 들락거려야하는 상황이니

하나뿐인 며느리 입장에선 본인 말마따나 밤에 잠이 안 올 지경이라네요

 

내가 생각해도 좀 난감하긴 합니다

현재까지 생각은 일산 근처의 휴양림이나 국립공원 같은 곳에 있는 팬션 같은 걸 빌려서... 그런데 갑자기 건강상의 응급상황이라도 발생하면...

방사능 때문에 옆에 누가 있으면 안 되고 말은 못하고... 그것 참...

 

암튼 빨리 424일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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