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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넋두리 (수필)

다녀오겠습니다

잠시 후 출발해서 일산 국립 암센타에 입원하고

28일 수술을 받는데 예상 수술시간이 12시간쯤이라고 하네요

예상이 12시간이면 얼추 15시간 전후가 걸리지 않을까 짐작을 합니다

 

지난 여름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니 갑자기 목소리가 이상했습니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도 않고 억지로 말을 해도 목소리가 너무 작고 발음도 어눌하고

처음엔 감긴가 하고 며칠 두고 봤지만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었습니다

 

동네 의원을 갔더니 감기라면서 주사 맞고 약을 지어왔는데

며칠을 먹어도 전혀 차도도 없고 다른 의원 몇 곳을 다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내에 있는 이비인후과를 갔더니 검사 후 성대 오른쪽 신경이 나갔다고...

 

진료의뢰서를 써주며 종합병원을 가보라고 하더군요

정기적으로 다니는 경북대병원을 갔더니 pet-ct를 포함한 온갖 검사를 다 한 후 최종 검사결과를 보러 갔더니

거기 이비인후과 최고(?)라는 교수가 자진해서 진료의뢰서를 발급해 주더군요

 

그 이야긴즉슨,

나는 자신 없으니 다른 병원에 가보세요라는 거지요

참 난감하고 황당했지만 지난 2007년 암수술을 받은 카톨릭대학교 병원으로 갔습니다

 

그동안 검사한 결과지랑 진료 기록지와 CD등등을 가지고 갔었는데

예전에 수술을 했던 교수가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자신없다는 표정으로 좀 더 시간을 두고 상태를 보자...?

현재 상태를 전재로 5개월 정도 시간이 남은 것 같으니 2개월 후에 다시 검사를 해보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국립암센타에 갔는데

다시 ct 3번을 포함한 온갖 검사를 하더니 일단 수술을 하자고 하더군요

그게 지난 129일이었는데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면서 최대한 빨리 잡은 날짜가 28일입니다

 

 

기도와 식도 부분을 암덩어리가 완전 감싸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도를 완전히 절단해서 드러내고 식도도 일부 절단하고 작은창자를 잘라내서 이식수술을 한답니다

수술이 상당히 어려운만큼 후유증 또한 심각하다네요

 

수술이 아무리 성공해도 목소리는 완전히 잃게 되고

목에 외부로 구멍을 뚫어 거기로 호흡을 해야 하니 남은 삶에서 수영이나 목욕은 할 수 없고

심하게 땀을 흘려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여름엔 외출도 가능한 한 자제를...

 

문제는 수술 성공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고 하네요

2년 전 당뇨가 오면서 대학생 때부터 2016년까지 73 ~ 74였던 몸무게가 지금 60도 채 안 되서 과연 수술을 견뎌낼 수 있을지

남은 식도와 이식한 작은창자가 거부반응 없이 기능을 해 줄지

 

내 몸이 수술을 견뎌내지 못하거나

이식한 부분에서 약간의 거부반응이라도 오면 그냥 그걸로 끝인 거죠

확률은 50 : 50이랍니다

 

 

사실 처음엔 수술을 거절했습니다

그동안 10번 넘게 일산까지 나를 데리고 다닌 아들이랑 며느리가 자식에게 무슨 철천지 한을 남기려고 그러시냐고...

그래서 마지못해 수술하러 갑니다

 

지난번 암수술 후 제게 소원 하나가 있으니 울 엄마보다 1년만 더 살았으면...입니다

그게 욕심이면 일주일만이라도 더 살아 자식 앞세우는 불효만 면했으면...

지금에 이르고 보니 그게 참 만만찮은 욕심인가 봅니다

 

수술이 최상일 경우 3 ~ 4주 정도 후에 퇴원이 가능할 거라고 합니다

울 엄마에겐 차마 사실대로 이야기 할 수가 없어서 목에 작은 물혹이 생겨서 간단한 수술을 하러 간다고 했습니다

한 열흘이면 퇴원할 거라고 했구요

 

두 아이 장성해서 친손주 외손주 합쳐서 일곱

비록 가진 게 많진 않지만 소소하게 받을 건 있어도 남한테 1원 한 푼 빚진 거 없고

늘 그랬듯이 큰 욕심 없이 우리 야생화랑 대화 나누며 주어진 삶을 살다 가는 게 꿈인데...

 

평소에도 그다지 말 많이 하는 성격이 아니니

말을 못해도 그다지 억울하거나 아쉬울 것 없고

그저, 소심해서 자식 앞세움을 견디지 못할 울 엄마보다 며칠만 더 살면 아무 욕심 없는데...

 

 

이 글이 2003년부터 해온 이 블로그의 마지막 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블로그를 통해 많은 분들을 알게 되었고 참 고마운 인연들이었습니다

제 의식이 있는 한 그 고마움 잊지 않고 간직하겠습니다

 

제가 늘 글 말미에 건강하세요라고 했었는데

다른 모든 게 거짓일망정 그 말만은 진심이었습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습니다... 제가 증인이잖아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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