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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넋두리 (수필)

넋두리

[붓꽃 - 2010 05 26]

야생화...

그 단어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고

생각만 하여도 눈앞에 아련히 스칩니다

야생화를 찾아 왕복 12시간 이상 달려가기도 하고

설램으로 잠을 설치고는 새벽 2시에 일어나 목욕하고 푸른 새벽을 달리게 하는

참 묘한 존재가 바로 야생화입니다

그 많은 피사체 중에서

나는 왜 유독 야생화에 끌리는 걸까요...?

우리나라 금수강산 그 멋진 풍경도 있고

조물주가 만든 가장 멋진 존재인 아름다운 인간도 있건만

왜 나는 허구한 날 거칠고 차가운 땅바닥을 기고 있을까요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꽃이 아름답다는 건 세상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그 아름답다는 것 그것만으로 내가 그렇게 빠져드는 것일까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순응(順應)입니다

제가 야생화를 좋아하는 이유요...

야생화는 어떤 악조건일망정

씨앗이 닿고 뿌리를 내린 곳에 순응하고 꽃을 피웁니다

어떤 여건에서도 잔꾀 부리지 않고 종족보존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비가 오지 않아 땅이 갈라져도

자신의 잎을 떨구는 최후의 선택을 하면서도 끝내 꽃을 피웁니다

외부 요인으로 줄기가 꺾여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줄기를 올리고 잎을 열고 꽃을 피웁니다

그런 야생화는

그 꽃은 이미 나에게 풀이 아닌 경의의 대상입니다


제 자식이다 아니다 3살짜리 꼬마아이가 아버지의 폭행에 숨을 거두고

사소한 이사 문제로 백년해로 굳게 맹세한 아내를 칼로 숨지게 한 것도 모자라

그 혼이 12년간 구천을 떠돌게 하고...

이 어찌 한낱 잡초보다 낫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껍데기만 인간의 형상을 가졌다고 어찌 만물의 영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산하에 피고 지는 많은 야생화들

몇 종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우리가 약용이나 식용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타인에 의한 지극히 사소한 것에도 과민반응을 하고 살인을 서슴지 않는 우리 인간들

우리 산하의 식물들이 우리 인간 같았다면 뭐가 남아있을까요

과연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남아 있을까요...?


야생화에게 겸손을 배우고

그들 곁에서 베푸는 게 무엇인지 느낍니다

제가 이웃님들께 야생화 곁으로 가보시라고 권하는 이유입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안다면

결코 그들에게 해로운 행동을 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야생화는 그냥 야생화일 뿐 그것으로 인간들끼리 경쟁하는 대상이 아닙니다

제 아무리 사진을 잘 찍는다한들 어찌 그 아름다움을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야생화를 자랑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그 꽃이 우리에게 전하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얻는 대상으로 보시면 안 될까요

그냥 그 앞에 퍼질러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던데...


열심히 산을 오르고

노력 끝에 야생화를 만나고

야생화 만난 기념으로 있는 그대로 기쁨의 흔적만 담아오면 안 될까요

손오공이 권두운 타고 날아가

세상 끝 기둥이라고 부처님 손가락에 제 이름을 써놓고 의기양양 돌아오듯

우리 모두 좀 덜 떨어진 손오공이 되면 안 될까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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