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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넋두리 (수필)

헛소리 - 7

[변산바람꽃 - 2009 02 15]

올 겨울은 확실히 추운가 봅니다

예년이면 이즈음에 복수초 정도는 피곤 했었는데

올핸 아직 소식이 없네요

야생화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 엄동설한 눈 속에서 언 땅 속에서 웅크리고 있을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괜히 마음 한 구석이 짠해옵니다

사진 파일을 들여다보니

작년에 첫 꽃을 만난 게 2월 3일이고 복수초였더군요

재작년엔 2월 15일 변산바람꽃 이었구요

작년이나 재작년이나 빨리 만나고자 했다면 훨씬 빨리 만날 수도 있었겠지만

굳이 먼 곳까지 찾아다니며 만날 건 아니라는 생각에

그냥 사는 곳 주변에서 느긋하게 만나도 한겨울에 만났습니다

2월이고 깊은 산 속이면 보나마나 땅이 얼어 있을텐데

그 언 땅에서 어떻게 줄기를 올리고 꽃을 피웠을까요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습니다...

식물이 꽃을 피우는 건 오직 하나 종족보존을 위해서인데

그 엄동설한에 벌이나 나비가 있을 리 만무한데 뭘 믿고 그렇게 일찍 피는 걸까요...

올 겨울이 춥다고 하지만

이제 머잖아 그 아이들이 꽃을 피울겁니다

여린 꽃잎이라 차마 손을 댈 순 없고

마음으로나마 수고했다고 쓰다듬어 줘야겠어요

그 아이들이 아니면 결코 해낼 수 없는 장한 일이잖아요

올핸 여건상 이전처럼 꽁지 불붙은 강아지마냥 천지팔방 싸돌아다니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육신의 눈으로 못 봐도 상관없습니다

이미 내 마음속에선 그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 피는지 아니까요

그 아이들이 얼마나 곱고 예쁜지 아니까요

그 아이들이 주어진 여건에 순응하며 최선의 노력을 하듯이

저도 제게 주어진 여건에 순응하며 살아야겠지요

그 여건이 어떠하던 간에...

건강하세요



*****


[복수초 - 2010 0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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