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마음의 넋두리 (수필)

이끼

[천성산 - 2011 03 03]

사실 이 녀석은 야생화는 아니지요

그렇지만 출사길에 만나면 꼭 몇 장씩은 담아보곤 합니다

사진을 찍었다고 다 포스팅 하는 건 아니고 더더구나 꽃이 아니니

이 녀석을 포스팅할 기회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사진을 보세요

꽁꽁 얼어붙은 얼음 속에서 생명의 끈을 이어가는 저 강인함...

심심찮게 뉴스난을 장식하는 어떤 이들의 자살 소식들

그렇게 운명을 달리하는 그들이 얼음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 이끼를 한번이라도 봤을까요

이 이끼를 보면서 사는 게 뭔지 한번이라도 깊은 사색을 했다면...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면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욕하실지 모르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은 너무 무책임하고 무능하고 허약한 사람입니다

간혹 연예인이 자살을 하면

외로웠을 거라는 둥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겠냐는 둥

이런저런 동정의 소리도 있더군요

제가 냉정하고 싸가지가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자살은 패배자가 선택한 가장 비열한 방법입니다...


제가 왜 산으로 가느냐...

수차 말씀 드렸지만

주어진 것에 순응하며 종족보존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는 아이들

그 어떤 시련이 닥쳐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그 인내심

그런 아이들을 대할 때마다 가슴이 알싸해집니다

세상 그 어떤 이가 완벽한 삶이겠습니까

뉘라서 본인의 운명에 100% 만족하겠습니까


속담에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다 했습니다

연예인이 된다는 거

대중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고 인기를 얻고 부를 얻는다는 거

올라갈 땐 반드시 내려오는 게 있다는 가장 단순한 진리조차 예측하지 못하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죽을 때까지 올라갈 줄만 알았나요?

얻는 게 많을수록

가진 게 많을수록

그걸 버리고 비울 빈자리도 늘 장만해야지요...


인생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흰머리가 세력을 더하는 이 나이가 되어보니

제 젊은 날들이 왜 그리 부끄럽고 쑥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잠자리에 들어 문득 떠오르는 젊은 날의 언행에 어둠 속에서도 얼굴이 붉어집니다

작은 불편이나 미미한 손해에 언성을 높이고 침을 튀기는 우리네 삶

그런 우리를 저 얼음 속 이끼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건강하세요


'내 마음의 넋두리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헛소리  (22) 2011.04.03
시절이 하수상하니...  (18) 2011.03.16
넋두리  (24) 2011.02.21
야생화를 기다리며...  (14) 2011.02.16
헛소리 - 7  (14) 2011.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