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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넋두리 (수필)

개구리발톱

 

 

 

 

 

 

 

 

 

 

 

 

 

미나리아재비과 여러해살이풀 개구리발톱

 

제가 느무느무 착하거든요

그래서 어릴 적 다른 아이들 다 잡아서 구워먹는 개구리를 저는 안 잡아먹었거든요

그렇다보니 개구리가 발톱이 있는지 없는지 몰라요

 

전초도 그렇지만 얘 꽃을 정확히 찍으려면

뭐랄까... 아예 나를 내려놓고 무아지경에 도달해야 가능할 정도로 내 콧김에도 흔들리는 녀석이거든요

주 자생지가 제주도랑 호남지방인데 이번에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꽃 지름은 활짝 피었을 때 5mm 남짓이고 하얀색은 꽃받침이며

안쪽에 연노랑색으로 보이는 게 진짜 꽃잎인데 수술은 많지만 안쪽에 있는 건 헛수술입니다

암튼 미나리아재비과 아이들은 하나같이 이상 요상 괴상합니다

 

예전에 완도 근무할 땐 참 자주 만났던 아이였고

특히 쉬는 날 산보삼아 자주 갔었던 해남에 있는 대흥사에 가면 지천으로 있었던 아이인데

대구 온 후로 정말 만나기 힘들었습니다

 

이상하다 싶어서 문헌을 찾아보니 주 자생지가 제주도랑 호남지방이네요

물론 이쪽이라고 전혀 없기야 하겠습니까마는 워낙 크기가 작으니 잘 안 보였을 겁니다

때로는 보여도 그냥 못 본 척 지나치는 녀석이기도 하구요 ㅎ

 

 

 

 

 

 

 

 

 

 

 

 

 

 

 

 

 

 

 

 

 

 

 

 

 

 

 

 

 

 

 

 

 

 

 

 

 

 

 

 

 

 

 

 

 

 

 

 

 

 

 

 

 

 

 

 

 

 

 

 

 

 

 

 

그저께 제 기준에선 그야말로 강행군을 했습니다

그날 찍은 사진은 그날 정리를 하자는 게 올해 목표 중 하난지라

사진정리까지 다 하고나니 밤 12시더군요

 

원래 계획은 새벽에 출발해서 남원으로 가서 일출버전으로 뭔가를 찍고

고창으로 가서 또 뭔가를 찍고 부안으로 가서 찍고

돌아올 땐 대전으로 해서 경부고속도로...

 

우리나라 그 많은 고속도로 중에서 가장 꺼리는 게 88올림픽고속도로입니다

편도 1차선이라 앞에 화물차 하나 어슬렁거리면 뒤에 차들은 속수무책 어미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꿩 새끼 신세지요

요즘은 확장공사 때문에 추월차선까지 없애서 더더욱 짜증나는 도로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호남지방 쪽으로는 어지간해선 안 가게 되고

이번에 다녀온 일정도 몇 년 만에 큰맘 먹고 나선 출사였습니다

금년 말까지 준공한다고 써놓긴 했던데 글쎄요...

 

 

 

전날까지 비가 왔으니 아침에 안개는 당연할 것이고

그 안개를 배경으로 일출과 함께 첫 코스 남원에서 어떻게 찍고

다음다음 코스에선 또 어떻게 찍고 계획은 거창했으나 거창을 지나면서 슬슬 불안해졌습니다

 

이건 안개가 안개가 아니라 완전 장막이고

시간 아낀다고 운전하면서 김밥 먹었는데 안개가 너무 심해서 앞도 잘 안 보일정도니 사진이고 뭐고

지리산IC 부근에 도착하면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코스를 거꾸로 변경했습니다

 

 

 

곧바로 달려서 마지막 목적지였던 부안으로 갔는데

안개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서 꽃잎에 이슬방울이 보석처럼...^^

게다가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녀석을 몇 년 만에 만나기도 했구요

 

눈누난나~ 두 번째 장소에 갔더니

은근히 걱정했던 아이들은 개체수가 좀 줄긴 했지만 무사히 잘 있었고

여기서도 또 면 년 만에 반가운 아이를 찾았는데

 

문제는 이 코스에 예전에는 보춘화가 워낙 많아서 늦둥이지만 고운 꽃을 찍었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눈 닦고 찾아도 하나도 안 보일 정도로 확실하게 다 캐가고 없더라구요

암튼 요즘 이상한 쪽으로 부지런하신 연놈들이 너무 많으십니다 -_-

 

그런데 문제는 마지막 장소였습니다

여긴 2012년인가 다녀오고 그 후로 한번도 안 갔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황량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캐간 자국이 너무 많았습니다

 

예전에 갔을 땐 초광각렌즈가 아니면 전경을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꽃이 많았는데

이젠 광각은 고사하고 100mm 마크로렌즈로도 충분히 담을 수 있더라구요

정말 그 많던 꽃들은 다 누가 어디로...

 

 

 

어쨌거나 새벽 5시에 나서서 운전만 600km 하고 집에 도착하니 오후 7

아침은 차에서 김밥 점심은 산에서 빵 저녁은 휴게소에서 돈가스

그래도 다녀왔다는 성취감에 마음은 행복합니다

 

그냥 지나친 꽃도 제법 많았음에도

사진으로 데리고 온 아이가 16가지이니 이만하면 고생한 보람도 있구요

당초 계획은 어제도 꼭 봐야할 꽃이 있었지만 몸이 안 따라주네요

 

오라는 곳은 없지만 갈 곳은 정말 많은 요즘입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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