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 2011 05 25]
오늘 병원에 갑니다
6개월 간격으로 1년에 두 번 봄 가을에 가는데
오늘 몇 가지 검사를 하고 다음 주에 그 결과를 보는데 이게 참 그렇습니다
지난 해 봄 검사 때 뭔 수치가 좀 높다고 걱정을 하더니
가을 검사 때 수치가 더 높아졌다며 이번 검사는 아예 금식을 하고 하자더군요
그래서 피땀 흘리며 농사지으시는 농민들을 외면하고 어제 오후부터 쫄쫄 굶고 있습니다 ㅎㅎ
오전 오후에 몇 가지 검사를 한다고 굶으랬는데 지금도 배고픈데... -_-
저랑 늘 같이 출사 다니시는 독수리 가족 분들은 잘 아시지만
제가 세상에서 가장 신경질 나는 게 배고픈 겁니다 ㅋ
그렇다고 많이 먹는 것도 아니지만 제때 먹어야...
작년 가을 검사 때
내년 봄에도 검사해서 그 수치가 높으면 어떻게 되냐니까
의사 왈, 뭐 그걸로 당장 죽진 않지만 심각한 후유증이 올 수 있다고 하더군요
문디... 안 죽으면 별 것도 아니지 뭘...
생각은 그렇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스스로를 안심시키기 위한 얄팍한 생각이고
곰곰이 생각하면 참 답이 없습니다
내 몸뚱이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내가 전혀 원한 게 아님에도 암이라는 게 날 잡아 먹으려고 덤볐고
일단은 어찌어찌 한 고비를 넘겼지만 죽을 때까지 정기적으로 온갖 검사를 받아야 하고
죽는 날까지 하루도 빼먹지 않고 알약 몇 개에 나를 맡겨야 한다는 거
이런저런 부작용과 자각증세를 느끼지만 아무에게도 말 할 수 없다는 거
조금만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참 더러운 상황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오래 살겠다는 욕심은 전혀 없습니다
아들이랑 딸이랑 다 결혼 시켜서 친손녀 둘에 외손녀까지 둘이니
죽어서 조상님들 곁으로 가도 뭐 그다지 큰 책망을 받을 것 같진 않고...
작은 바람이 있다면
얼마를 살건 큰 굴곡 없이 잔잔한 바람결 같이 살다 갔으면 좋으련만
몸뚱이가 부실하니 그 바람이 너무 큰 욕심인가 싶기도 하네요...^^
나를 낙천적인 성격으로 만들어 주신 부모님이 너무 고맙습니다
해마다 검사나 결과를 보는 그 순간들엔 감정의 기복도 오고 기분이 조금 처지긴 하지만
그 고비를 넘기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카메라 들고 눈누난나~ 산으로 바다로 싸돌아 다니니까요
오늘이 마지막이려니... 늘 이런 생각으로 삽니다
그래서 아무리 힘에 겨워 다리가 꼬이고 허파가 터질 것 같은 통증이 있어도 산을 오르고
야생화 한 송이라도 더 만나고 싶어 안간힘을 합니다
남들이 아무리 하찮게 여기는 흔한 꽃일망정
나는 그 꽃이 내 앞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고맙고 그 순간은 그냥 행복합니다
꽃을 볼 때마다
이 아이들은 나보다 하루라도 더 살고
한번이라도 더 환하게 피길 소망합니다
오늘 검사 받고
다음 주 금요일에 결과 보고
그 와중에도 언제나처럼 다시 산으로 바다로 쏘다니겠지요
그 결과가 어떠하건
그건 의사랑 나만 아는 것이고
나는 또 뭔 일 있었냐는 듯 웃는 얼굴로 세상 앞에 서겠지요
나를 아는 세상 모든 사람들은 언제나처럼 웃으며 쏘다니는 내 모습만 보게 될 것이고... ㅎㅎ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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