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의지한 두 아이...]
또 하루가 저뭅니다
어제에 오늘이라는 하루를 더 보태며
내일이라는 하루를 기다립니다
내가 살아온 날들
누구나 다 한번쯤은 되돌아보곤 하지요?
지금껏 옆도 뒤도 안 돌아보고
흔히 비유하는 [고장 난 기관차]처럼 오로지 앞만 보고 살아왔는데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속담처럼 암이라는 병을 선고 받고
며칠 뒤 수술 날짜를 받아놓고 보니 문득문득
뒤를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이건 등잔 밑이 어두운 것도 정도가 있지
내 스스로가 생각해도 웃음 밖에 안 나는 일이 있으니
태어나 50여년 동안 나는 내 혈액형이 O형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수술 준비를 위한 검사에서 내 혈액형이 A형이라는 걸 알았으니
내 스스로에게 얼만큼 무관심하게 살아왔는지 극단적으로 증명이 되고 말았습니다
달리 생각하면
그만큼 지금까지 수혈이 필요 없었을 만큼 건강하게 살아왔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흔히 말하는 [소심한 A형]이 아닌 O형으로 알고 [용감무식]하게 살아올 수 있었으니
뭐... 억울할 건 없네요
지난 주말
반가운 얼굴들을 우포에서 만났습니다
우포라는 곳이 늪만 있는 게 아니죠
길가에 이름모를 야생화도 제법 피어있었고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비행하는 새들도 있었지요
그렇지만 나는 사람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내 마음 한구석에 [이게 마지막이다]라는
전혀 터무니없는 나약함이 자리를 잡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암이라는 걸 알고 나서 많은 사진을 찍었습니다
많은 곳을 돌아다니기도 했구요
수술에 대비해서 안정을 취하고 몸보신을 하라는 의사의 말이 있었지만
안정이라는 게 내 마음이 원하는 걸 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것이고
마음이 건강해야 몸도 지탱이 되는 거라는 나만의 논리로
오늘이라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내가 스스로에게 갖고 있던 소원 하나가 있습니다
그건 오래 살기보다 깨끗하게 살다 가자입니다
현재 내가 가장 괴로운 것은
암이 기관지를 움직이는 신경에 전이가 된 상태인지라
[수술 후유증으로 목소리가 제대로 안 나올 수 있다]
[성대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 재채기를 할 수 있다]는 의사의 소견입니다
휴대폰 요금 적게 나오고 식사량이 줄어 생활비 적게 들고 몸매 유지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낙천적으로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어떻게든 되겠지요...
건강하세요
Styx - The Best Of Times
EOS 1D MarkⅡN + EF 28-300mm f/3.5-5.6L IS U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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