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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넋두리 (수필)

행복


[직지사의 만추]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행복이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부지기수이니 내가 여기서 이거네 저거네 할 것은 아니구요

지금 내 기준이나 상황에서 그 예를 들어볼까 합니다

흔히,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그리고 대단한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늘 행복하다 믿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나의 낙천적이고 단순한 성격에서 오는 [그럴 거야... 그렇겠지 뭐...]였지

그걸 피부로 느끼거나 실감하는 경우는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나는 무척이나 행복합니다

지난 10월 1일 13시간에 걸쳐 수술을 받고

그 다음날 새벽녘 암세포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식도를 건드린 것 같다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코에다 호스를 꽂고 그걸 통해서 위에다 곧바로 미음을 주사로 밀어 넣는

보기에도 민망하고 예민한 코 점막을 자꾸 자극하는 통에

콧물에 통증에 정말 당혹한 상황이 일주일간 지속 되었었습니다

그럼, 지금은 어떤 상황이냐...

지난 10월 24일 수술을 한 병원에선 시술이 불가능한 치료를 해야 함에 따라

경북대학교 병원으로 이첩이 되었습니다

이른바 [갑상선암 수술 후 고용량방사성 요오드 치료]입니다

일반적인 경우는 저용량 (30mCi)치료인데

이건 그냥 알약 하나 삼키고 곧바로 집으로 가는 경우고

내 경우는 암 덩어리가 워낙 큰 관계로 180mCi 처방을 받았고

약을 복용한 후 내 몸에서 많은 양의 방사성이 나옴에 따라 3일간 입원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즉, 타인을 오염시킬 수 있기에 납으로 만든 방에다 가두는 거죠

3일간 입원 후 퇴원 후에도 2주 정도는 직접적인 접촉은 금물이고 1시간이상 1m이내 있어도 안 된다고 합니다

혹시... 그 기간 동안 내가 만나자고 하거들랑 평소에 감정이 많았던 거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아울러 이 치료를 위해 2주간 식이요법을 해야 하는데

이게 좀 난감한 상황입니다

못 먹는 게 거의 대부분입니다

- 해산물, 유제품, 소금이나 간장으로 만든 음식 등등등

바닷가에서 태어난 탓인지 육류는 거의 안 먹고 해산물과 채소가 지금껏 나의 식성이었는데

바다에서 나는 건 무조건 못 먹게 하고 게다가 [맛소금]을 제외한 어떤 것도 양념으로 사용할 수 없다 보니 된장 고추장 간장 등 먹을 수가 없습니다

결국, 모든 반찬 (그래봐야 전부 채소나 나물)은 맛소금 하나로만 요리를 해야 하고

한국인의 가장 기본 반찬인 김치나 된장찌개조차 나에겐 그림의 떡이죠

그렇지만 지금 나는 더 없이 행복합니다

입원 당시 코에다 호스를 꽂고 미음을 주사기를 밀어 넣던 것에 비하면

일단 뭔가 씹을 수 있다는 게 행복하고 희멀건 나물이지만 젓가락이 가면서 [어떤 맛]일까

추측을 할 수 있다는 게 나에겐 큰 행복입니다

지난번 쇄노재 번개 때

11월 첫 일요일에 보성 차밭 새벽 번개를 미리 결정을 했었고

입원일이 11월 7일이니 나도 당연히 참석을 할 것입니다

식당 반찬은 먹을 수 없으니 반찬통에 희멀건 나물 두어 가지 들고 가야하는 촌스런 출사가 되겠지만

내 사정을 알고 그래도 반갑게 맞아주는 친구들이 있기에

지금의 내겐 그게 바로 기쁨이고 행복인 것입니다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건강하세요














지난 10월 27일(토요일)에 찍은 김천 직지사의 가을입니다

EOSEOS 1D MarkⅡN + EF 28-300mm f/3.5-5.6L IS USM

EOS 1D MarkⅡN + EF 16-35mm f/2.8L U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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