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지나 않으신지요]
生 - 死
海心 조영오
산다는 것은
항아리에 뚫린 구멍과 같아서
처음엔 물줄기가 힘차게 뻗지만
이내 사그라드는 것과 같다
물 빠진 항아리가 이내 마르듯
우리 육신도
우리의 꿈도
차츰 말라간다
산다는 것은
여름날 쏟아지는 소나기와 같아서
처음엔 골 따라 흘러내리지만
이내 자취도 없는 것과 같다
세월이 유수라고 하지만
우리의 부질없는 난도질로 그 유수는
시간이 되었고 점이 되었다
그 징검다리 같은 점
네가 몇 개를 건넜고
내가 몇 개를 건넜건 간에
그 끝은 하나다
지금을 사는 우리는
구멍 뚫린 항아리다
여름날 쏟아지는 소나기 속에 서 있지만
소나기는 절대 항아리에 담기지 않는다
.
.
.
EOS 1Ds MarkⅢ + EF 24-70mm f/2.8L U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