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이 좀 다른 갈퀴현호색들]
꽃은 말이 없습니다
늘 산으로 들로 카메라 들고 꽃을 찾아나서는 이유입니다
살아서 뚫린 입이고 손가락이라고
너무 말이 많고 필요 없는 글을 너무 많이 토하며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굳이 침묵이 금이네 뭐네 그런 것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고
최소한 타인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예의만 갖춰도
지금 떠들고 있는 것 반은 줄어들 텐데...
말 많은 자 치고 정직한 자 없고
목소리 크고 신중한 자 없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 블로그 하나가 또 사라졌습니다
오랫동안 여기 머물면서
많은 블로그들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걸 봤지만
이번에 사라진 그 블로그는 나랑 관련이 있습니다
제가 없애라고 했습니다
[보복(報復)]이라는 말을 했고
그 말에 굴하여 닫았습니다
제가 닫으라고 했지만
그동안 쏟아냈던 많은 말
무작정 내지른 큰소리
그게 자업자득(自業自得)이 된 거죠
꽃들 세상에도 분명 다툼이 있습니다
그들도 치열한 생존경쟁을 합니다
그렇지만 그들의 그것은 아름답습니다
종족 보존을 위해
그들은 발이 없지만 열심히 달리고
팔이 없지만 늘 동족을 부릅니다
그 사람이 살기 위해 나를 이용한다면 나는 너그러이 용서를 할 겁니다
악연도 인연이니 내 팔자가 그러려니 할 겁니다
내 마지막 인내의 제안을 받아들인 그 결단을 존중합니다
그 용기에 존경을 표합니다
힘든 결정이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나 역시 참 많은 인내에서 얻은 제안이었다는 거
그걸 알기에 내린 결정이려니 생각하렵니다
그래서 악연도 인연이려니 하렵니다
내 차 뒷좌석에서 늘 멀뚱히 나를 바라보는 내 카메라
아무도 찾지 않는 어느 산 계곡에서 무시로 피고 지는 꽃
말 없는 그들이 좋습니다
아무렇게나 피었다 지는 흔하디흔한 꽃
그게 그들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나 잘났다고 떠들지 않고
나 피었다고 유난 부리지 않음이 좋습니다
주어진 만큼만 누리다 가는 그들이 좋습니다
그들의 무욕(無慾)이 부럽고
그들의 소탈함이 부럽습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 또 그들을 찾아 나섭니다
말 없는 그들과 많은 이야기 나누기 위해서요
절이 산으로 간 이유를 이 나이가 되어서야 겨우 알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잠시 후 또 길을 나섭니다
비가 안 와야 할 텐데...^^;
어떤 녀석을 만나게 될지
길을 나설 때마다 살짝 흥분이 되고 기대가 됩니다
정확한 위치도 모르면서
[있다더라]는 말만 듣고 길을 나서지만
어디에 간들 꽃 한 송이 없으려구요
꽃은 다 꽃입니다
귀하고 흔함은 결코 중요한 게 아닙니다
어느 꽃인들 안 예쁘고 귀하지 않겠습니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지만
가끔 꽃이 더 예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Canon EOS 1Ds MarkⅢ + SIGMA MACRO 50mm F2.8 EX D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