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2% 부족한...]
[사진]이라는 걸 취미로 하다보면
나름대로 상황에 따라 [바램]이라는 게 있게 마련입니다
야생화를 찍으러 다니다보면
내가 원하는 야생화가 촬영 여건이 좋은 곳에 활짝 피어 있는 걸 희망하고
풍경을 찍으러 갈 땐
파란 하늘에 적당한 위치에 태양이 있고 적당하게 구름이 있는 걸 희망합니다
인물 사진은 일단 피부가 고운 잘생기고 늘씬한 모델이 첫 번째 조건이겠구요
그런데 가장 내 의지와 무관한 게 동해안 일출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일기예보를 사전에 보고 가지만
일기예보에 [맑음]이라고 하더라도 수평선에 해무 (흔히 가스라고 함)가 걸쳐 있으면 그날 오메가는 꽝이고
바람이 많이 불면 심지어 물안개까지 꽝이지요
바다
그 중에서도 동해바다는 기상 변화가 아주 심합니다
바닷가에서 사진을 찍다보면 1시간에도 몇 번씩 맑았다 흐렸다를 반복하기 일쑤고
심지어 비오고 개이고도 수시로 방해를 합니다
그나마 아직은 일출 시간이 7시 전후인지라 집에서 4시쯤 출발하면 되는데
봄 ~ 가을 사이엔 빠른 경우 5시경이면 여명이 생기기 시작하니
그럴 땐 아예 뜬눈으로 출발해서 다녀와야합니다
그럼?
왜 그렇게 고생하면서 일출을 찍으러 가느냐?
백문이불여일견
일출이 직접 만나보지 않으면 그 이유를 절대 알 수 없습니다
요즘 같은 경우 알려진 일출 포인트에 휴일이면 최소한 수백명의 진사가 옵니다
일출이 시작하기 전까진 삼삼오오 일행들과 대화를 나누지만
일출이 시작되면 들리는 건 셔트 소리와 파도소리 뿐...
정말 운이 좋아서 오메가라도 생기는 날엔 더해서 탄식소리까지...^^;
사람이 너무 감격스러우면 감탄사가 아니라 탄식이 나오더군요
이 사진은 지난 일요일 (2010 1 17) 찍은 겁니다
장소는 울산 진하해수욕장 [명선도]앞이구요
그날 도착을 하고보니
일기예보와는 딴판으로 바람이 심하게 불었습니다
그리고 희미하게 보이는 수평선에 해무도 가득하고...
그럼 물안개도 없고 오메가도 없고...?!
그래서 딴엔 잔머리를 굴려
명선도의 소나무랑 갯바위를 넣어서 풍경사진처럼 찍자는 생각에
다른 많은 진사들과 좀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는데
아뿔싸...
해가 올라오는 곳 수평선에 순식간에 해무가 걷히면서
해 꼭대기가 수평선에 보이지 뭡니까
해 꼭대기가 보인다는 건 오메가...
진하 쪽에서 오메가를 온전히 담을 수 있는 곳은 이미 다른 진사들이 나란히 자리를 잡은 상태고
[쪽팔림]을 무릅쓰고 다른 진사들 삼각대 아래 맨땅에 쪼그리고 앉아 몇 장 찍긴 했는데
명선도 옆 갯바위 사이로 걸쳐서 올라오는 바람에
오메가 우측이 갯바위에 가린...
[조조]가 제 꾀에 넘어간다는 속담처럼
딴엔 물안개가 없을 거라는 생각에 (실제로 그날 물안개는 없었음)
물안개가 없으면 진하 건너편 [강양항]에 갈매기를 데리고 물안개 속에 들어오는 멸치배는
없을 테니 그럴 거면 명선도를 넣어서 찍자...
문디... 열여덟...
그날 강양항이나 진하해수욕장 좌측 끝 쪽으로 자리 잡으셨던 진사님들 감축드리옵니다
내가 웃어도 웃는 게 아니야... ㅎㅎ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