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나 학자가 아니라도
날씨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아닐까합니다
날씨가 화창하면 우리들 기분도 좋고
날씨가 흐리면 우리 기분도 조금은 우중충해지는...
제가 사진이라는 취미를 좋아하는 이유는
나의 모든 희노애락(喜怒哀樂)을 그 안에 담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 결과가 좋고 나쁨은 차후 문제겠구요
가장 즐겨 담는 피사체인 야생화의 경우
가능하면 흐린 날은 피하려고 하는 편이고
비가 오면 아예 담지 않습니다
풍경사진의 경우는
날씨에 따라 마음에 내키는 곳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좌측은 대구 월드컵 경기장 (지금은 대구 스타디움으로 바뀌었음)
우측은 팔공산너머 경북 군위의 돌담마을입니다
두 사진을 보면서 만약 날씨가 서로 바뀌었다면...?
화창하고
바람 불고
눈 오고
비 오고
흐리고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우리네 인생의 백팔번뇌처럼
우리가 딛고 사는 이 땅의 날씨라고 다를 게 있겠습니까
수시로 변하는 우리의 감정처럼
늘 변하는 날씨 속에 카메라 들고 나서는 길에
오늘은 또 어디서 무엇을...?
내가 태어나기 전
내가 살아가는 동안
내가 죽은 후의 미래
훗날
누군가가 이곳에서 사진을 찍겠지요
그 누군가는 어떤 날 어떤 느낌으로 이 사진을 담을까요
서로 바뀐 날씨에 장소를 바꿔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 웅장한 건축물은 흐린 날 나에게 어떤 느낌을 줄지
저 마을엔 화창한 날 어떤 모습으로 사시는지...
그런데 아무렇게나 쌓은 것 같은 저 돌담
저 돌담이 과학으로 만든 저 건축물보다 더 오래갈 것 같지 않나요?
그냥 나의 바램일까요?
수천 년 전 지석묘(고인돌)가 지금도 아무렇게나 들판에 놓여 있지만
불과 천년도 안 된 인간의 건축물은 국보네 보물이네 난리도 아니지요
인간의 특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건축물
또 다른 어떤 특별한 목적 앞에 한낱 산업폐기물로 바뀌겠지만
밭을 일구다 나온 걸 버릴 곳이 마땅찮아서 무심히 집 담장으로 이용된 돌
생활의 일부분으로 스며든 저 돌은 더 오래가지 않을른지요
내 아들이
내 손자 손녀가
저 돌담길을 거닐며
아버지 할아버지의 추억을 새겼으면 합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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