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초과 여러해살이풀 (흰)타래난초
(흰)이라고 괄호를 쳤으니 당연히 정명은 아니구요^^
타래난초가 많은 곳에서 아주 드물게 발견되는 아이입니다
꽃이 흰색이라는 게 차이점입니다
몇 년 전부터
죽으면 늙어야지라고 시덥잖은 농담을 하곤 했었는데요
정말 늙으니 죽을 때가 다 되가나 봅니다
지난 주말에 타래난초를 올리면서
이 아이들도 같이 올릴 요량으로 선별을 해놨었는데
선별한지 시간이 좀 지나니 그새 까먹고...
한 살 더 늙으니 건망증이 가히 환상적입니다
방금 뭘 해야지 해 놓고... 숨 한 번 쉬고 나면 하얗게 잊어버립니다
뭐... 가끔 내 이름이 뭐더라 할 정도니... -_-
예전엔 다른 건 몰라도 기억력 하나는 자부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전화번호 수백 개를 폰에 저장 안 하고도 다 외웠었는데
2007년 열 몇 시간 전신마취 암 수술을 받은 후로 서서히...
이젠 이게 내 팔자려니...
체념 아닌 체념도 하고 딱히 누군가에게 기억될 존재도 아니니
그냥 인정하면서 살자 합니다
워낙 단순한 걸 좋아하고 그런 삶을 추구하는 성격인지라
때로는 늙어가면서 적당한 건망증은 삶을 단순하고 편하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내 삶을 다 기억한다면 그 많은 희노애락을 어찌 다 감당하겠습니까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다 했습니다
내 기억력의 높이가 낮으니 삶이 평온한 이점도 있습니다
무소유의 긍정이라고나 할까요...
행여,
내가 그대를 기억하지 못해도
그댄 내 안에 계십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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