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이 어느덧 5일째입니다
나이 숫자랑 삶의 빠르기가 비례한다더니 정말인가 싶기도 한데
이렇게 빠른 게 최근 몇 해쯤부터 인 걸 보니 그 말이 맞구나 하면서 혼자 웃기도 합니다
언론매체에선 연말쯤이면 그해 10대뉴스 같은 걸 발표하곤 하지요?
저처럼 인지도 제로인 영감탱이에겐 그렇게 대단한 뉴스 꺼리는 있을 턱도 없고
문득 생각나는 사연 몇 가지는 있어서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Ⅰ. 성취
2009년부터 야생화에 번호를 붙이기 시작했는데
2014년에 드디어 목본을 제외한 초본 순수 우리 야생화가 1000번을 넘어 1108번까지 갔습니다
시작할 때만 해도 500번이나 갈까 했는데...
이제 예전처럼 꽃을 찾아 전국을 헤매고 다니던 그 열정은 조금씩 식어가지만
그렇다고 내 마음 안의 꽃을 향한 상사병까지 사라진 건 아니니
가까운 산이나 어느 길가에서라도 꽃을 찾아 서성이긴 하겠지요
Ⅱ. 위기
작년 가을 초입에 살인진드기에게 물리는 경험을 했었습니다
이런저런 후유증이 있었지만 지금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는 건 살아남았다는 증거겠지요
일반적으로 알려진 2주간의 잠복기동안 내가 이까짓 벌레에게 무릎을 꿇어야 하는 가 하는 자존심 상함이 더 힘든 시기였습니다
평소에 죽는다 산다 이런 것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 편입니다
오래 전부터 주어진 운명에 크게 반감을 가지지 않았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게 평소 생각이거든요
그런데 그깟 진드기 때문에... 이건 정말 쪽 팔리고 자존심 상하더라구요
Ⅲ. 포기
이건 누구나 다 공통된 게 아닐까 합니다만
저로선 작년에 참 많은 것을 포기하고 버리고 잃었습니다
더 이상 포기할 것도 버릴 것도 잃을 것도 없을 정도로 그러했습니다
세상사 뭣하나 내 뜻대로 쉽게 이뤄지는 게 있겠습니까마는
살다보면 내 목숨을 내어 주더라도 지키고 싶은 게 있기 마련인데 그조차 뜻대로 안 되는 게 우리의 삶이고 인생인가 봅니다
이 또한 내 팔자고 운명이려니... 그렇게 위안을 합니다
제가 숫자 3을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세 가지를 간단히 적어봤습니다
하루하루가 곡마단 같고 5일장 장터처럼 어지럽고 복잡한 삶이니 어느 순간이라고 평온했을라구요...
살아보니 그렇습디다
내 것은 거의 없고 다 스쳐 지나가고 때로는 내 스스로 버리고 보내고...
그래서 나이를 먹는다는 건 빈손으로 돌아가기 위한 과정인가 싶기도 하네요
작년 초 60이라는 나이를 받아들면서
드디어 언제 죽어도 아쉬울 게 없도록 살아야할 나이가 됐구나 했습니다
내일 아침을 맞이하지 못하더라도 저승사자에게 아쉬운 곡소리 안 하고 따라갈 준비를 해야 할 나이지요...
세상은 거대한 하나의 톱니바퀴입니다
내가 늙어야 내 아이가 장년이 되고 내 아이가 장년이 되어야 내 아이의 아이가 소년이 됩니다
산다는 것에 부질없는 욕심을 가지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하루하루 늙어가기 참 좋은 날입니다
육신이 지닌 것은 별로 없지만 마음만은 너무나 풍족해서 봄날 흩날리는 꽃잎처럼 많이 비우며 살아야할까 봅니다
그 비움이 내가 좋아하는 가을에 끝나면 더 좋구요
0024 사랑은... 룰렛(roulette)게임이 아니라 러시안룰렛(Russian roulette)게임이다
룰렛 [roulette]
빨간색과 검은색이 번갈아 칠해져 있고 각 칸마다 숫자가 적혀 있는 바퀴를 돌린 후, 작은 구슬을 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굴려서 구슬이 어느 칸에 멈출 것인가에 돈을 거는 도박 게임
러시안룰렛 [Russian roulette]
회전식 연발 권총에 총알을 한 발만 넣고 총알의 위치를 알 수 없도록 탄창을 마구 돌린 뒤에 두 사람 이상이 차례로 자기 머리에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목숨을 거는 내기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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