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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노래 (시)

바다


[일요일 새벽에 찾아간 문무수중왕릉]

 

 

 

 

 

 

바다


海心 조영오



그곳을 떠나면

그 내음이 가슴에 사무치고

사무치는 가슴으로 그곳에 서면

어릴 적 서러움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곳


끈끈한 바람

짭조름한 냄새


서글픈 회귀본능에

그곳에 다시 서지만

다시는 찾지 않으리라

부질없는 다짐도 같이 서있는

얄궂은 팔자 같은 곳


몇 번을 더 다짐해야

이 팔자타령 끝이 날 텐가

愛憎의 이 팔자타령

.

.

.





경남 마산이 태어난 곳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여름까지 그곳에서 살았지요


여섯 살 되던 해

부모님께선 아버지 직장 관계로 대구로 가시고

나는 외갓집에서 살았습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산복도로] 언덕 위 집에서요


처음엔 몇 밤 자고나면 오시려니

울지 않고 기다리면 오시려니

그렇게 늘 엄마를 기다리던...


그 나이에 뭘 안다고

엄마가 보고플 땐 제법 멀리 떨어진 바닷가로 갔습니다

마산 앞바다 저만치 떠 있는 돝섬을 바라보며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숫자를 세곤 했지요


열개 다 접히면 엄마가 올 거야


그래봐야 엄마는 한달에 한번 오셨고

하룻밤 그 품에서 자고나면 가시는 야속한 엄마



다음날 점심을 먹고 나면 엄마가 간다는 걸 알기에

행여 내가 점심을 먹지 않으면 안 가실까

행여 내가 안 보이면 안 가실까


식구들이 점심을 먹을 즈음이면

큰외삼촌 방 책상 밑에 들어가 의자를 방패삼아 숨어 있었던...


기차 시간에 쫓겨 울면서 나를 찾는 엄마

그런 엄마를 책상너머 창문 틈새로 보면서 몰래 우는 꼬맹이...



나에게 [철]이라는 게 있다면

그건 그 시절에 든 게 전부고


나에게 [감성]이라는 게 있다면

그 또한 그 시절에 얻은...



[먹고 산다]는 게 그토록 어려웠던

28살 아버지 25살 엄마 그리고 6살짜리 4대독자 아들...


밥을 먹는 대가로 사랑을 버려야했던 시절

옷을 입는 대가로 그리움을 벗어야했던 시절

그 철부지 아이에게 [바다]는 원망을 버리는 곳이었고

엄마의 품 대신 내가 안겨야할 곳이었던...



그 애증(愛憎)의 바다를 지금도 본능적으로 찾아갑니다


EOS 1Ds MarkⅢ + EF 24-70mm f/2.8L U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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