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어를 기원하며...]
인간에 대한 정의를 칭하는 명언들이 참 많습니다
그 중에서 제 취미 중 하나인 사진과 관련해서 생각해 보면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다] 이 말이 참 피부에 와 닿습니다
왜 그런가 하니
날씨가 맑고 쨍한 날이면
어김없이 태양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이른바 [역광사진]을 찍기 위함이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역광사진을 찍으면 카메라가 망가진다고 하는데
제가 지금껏 엄청난 양의 역광사진을 찍었지만 그걸로 문제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으니
아무래도 그 말은 와전된 것 같습니다
다른 사진도 마찬가지지만
역광사진은 제게 성취감을 줍니다
사실 역광사진 자체는 별 것이 아닙니다
조리개만 적당히 조아서 철푸덕~ 하고 찍으면 사진이 나오니까요
그런데 무슨 성취감씩이나 들먹이느냐...?
역광이라는 조건에선 태양을 제외한 모든 부분은 검게 나오는 게 일반적인 상황입니다
노출을 너무 밝게 잡으면 대신 하늘이 하얗게 나와버리지요
그래서 역광사진은 많은 시행착오를 일으키게 됩니다
역광에서 어떻게 하면 태양이 적당히 찢어지면서 주변도 알아 볼 수 있게 찍느냐
이걸 글 몇 줄로 표현하긴 너무 어렵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엄청난 시행착오를 거쳐야 성공하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한 장면에서 십여 장은 찍어야 한 장 건질 수 있더군요
물론 포토샵 같은 후보정 전문가라면야 적당히 찍어서 그런 조건으로 후보정을 할 수 있겠지만
전 후보정은 고사하고 기껏해야 포토스케이프에서 리사이즈 정도 하는 수준밖에 안 되기에
찍을 때 제대로 찍어와야 그나마 역광사진 시늉이라도 낼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가장 중요한 건 [Ev]조정입니다
그리고 포커싱을 어디에 하느냐에 따라 노출 또한 다르게 줘야합니다
태양 근처에 포커싱을 했다면 노출은 +2 ~ +3을 줘야 되고
지면 쪽 어떤 물체에 포커싱을 했다면 반대로 노출을 -1 ~ -2정도 줘야됩니다
그렇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고
상황에 따라 다 다릅니다
태양의 빛줄기가 갈라지는 거
이 또한 여러 가지 경우가 있는데
태양을 정면으로 잡으면 렌즈를 최대개방으로 해도 어느 정도 가지가 생기지만
그게 아니라면 최소치 f/11이상 조아야하며 제 경우 f/22이상 조아서 찍기도 합니다
물론 원하는 빛 갈래 수가 있다면 거기에 해당하는 [크로스필터]를 사용하시면 되는데
일반적으로는 8 가닥이 생기는데 이 또한 렌즈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습니다
같은 28-300 렌즈로 찍어도 캐논 28-300은 8가닥으로 찍히고
탐론 28-300은 아주 많은 가닥으로 갈라지는 걸 경험했습니다
기계에 관해선 문외한이라 그 이유는 모릅니다^^;
이 사진들은 지난 주 호미곶에 갔을 때 찍은 구룡포항입니다
구룔포항에 가면 오징어잡이 배들이 늘 있습니다
맑은 날 그 배의 집어등을 (오징어는 빛을 보면 모여든다고 합니다) 역광으로 찍은 사진들인데
찍을 당시엔 참 재미있게 찍었는데 돌아와서 열어보니 별로 건진 사진은 없더군요
언제나 그렇듯 항상 다음을 기약합니다
언젠간 제 스스로 만족하는 사진이 한 장은 나오겠지요
설령 안 나온다 해도 사진 찍는 거 자체를 즐기는 입장이니
억울할 일은 전혀 없습니다^^;
건강하세요
EOS 1Ds MarkⅢ + EF 28-300mm f/3.5-5.6L IS U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