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은 순간의 존재일 뿐...]
최근 들어 내가 좀 달라진 것 같습니다
예전보다 인내심이 줄어든 것 같고
사소한 것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매사에 소극적으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나에게 우환이 있다는 건 나의 우환이지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닌데
나의 우환과는 전혀 무관한 다른 사람들이 억울한 피해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내 아버지 아프라고 굿을 한 것도 아니고
우환이 있다는 게 무슨 벼슬도 아닐진데...
그래서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사람을 피하는 가 봅니다...
당분간 블로그를 중단할까 생각을 했었습니다
내 안이 이런데 무슨 글을 쓰고 남들과 대화를 나누랴하는 심정에서지요
불과 얼마 전까지 내 생활신조(?)는 [웃으며 살자]였습니다
내가 아무리 슬프고 괴롭고 외로워도
그걸 겉으로 드러냈을 때 타인에겐 한낱 멜로연속극일 뿐입니다
나에겐 죽을 만큼 아픈 이야기일망정 타인에겐 재미있는 [이야기]에 불과하니까요
내 이야기에 위로를 하는 그 순간은 진실할지 모르지만
위로의 순간 다음은 [궁금함]이 존재합니다
그 다음이 너무 궁금한 거죠
아픈 속을 드러내며 철장 속 원숭이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차라리 비 맞고 눈 맞을지언정 철장 밖 구경꾼이 낫습니다
옛말에 [고기도 먹던 놈이 잘 먹는다] 했습니다
위로는 아파본 자만이 할 수 있습니다
온실 속 화초가 들판 야생화의 고귀함을 어찌 알 것이며
기계로 걸러지고 약품으로 정화된 물이 어찌 깊은 산 옹달샘을 흉내 낼 수 있겠습니까
유유상종 類類相從이라는 말이 그냥 생겼을라구요...
내 아픔은
나만의 슬픔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고 웃을 수 있고 태연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 연기력은 갖추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나
나를 낳아주시고 이만큼 길러주신 내 아버지의 일입니다
그래서 도무지 태연하게 연기를 할 수가 없습니다
하루 24시간 거의 연기가 가능하다가 순간순간 멍청하게 대사를 까먹곤 합니다
바보처럼 NG를 내곤 합니다...
미안합니다
나의 무차별적 횡포를 당하는 이들에게 미안해집니다
슬픔은 인내를 갉아먹고 사는 것 같습니다...
대구 앞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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