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서부길 어느 집 담장가에서]
비가 옵니다
장마라고 하더니 이번 일기예보는 맞나봅니다
남부지방에 많이 올 거라고 하는 걸 보니 역시 비는 남쪽인 가 보군요
南雨北雪
내 사무실 창밖으로 아주 큰 송전탑이 보입니다
변전소로 들어가는 송전탑이니 아마 고압일 겁니다
언젠가 바람이 몹시도 불던 날 송전탑이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물론, 탑이 우는 게 아니고 그 탑에 매달린 전선이 우는 소리겠지요
이곳의 바람은 대부분 비를 동반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바람은 없고 비만 오네요
쨍한 날
쨍하면서 바람 부는 날
흐린 날
흐리면서 바람 부는 날
비 오는 날
비 오면서 바람 부는 날
눈 오는 날
눈 오면서 바람 부는 날
세상이 그런 것 같습니다
엄청나게 복잡한 것 같지만 구분하자면 별 것 없습니다
우리네 사는 게 다 그런 것 같습니다
요즘 후회의 연속입니다
특히, 여기 블로그에 후회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집니다
솔직하자는 심정에 글을 올리고
올리고 나서 다시 읽어보면서 후회하고
이제 정신 차리고 평범하게 살아가자 하면서 또 글 올리고
다시 읽어보면 또 후회가 되고...
그렇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한 언행에 대해 후회를 한다는 것입니다
잦은 후회는 나를 좀 더 빨리 정상적인 생활로 이끌 테니까요
이렇게 맥 놓고 있을 여유가 없습니다
이건 부질없는 사치에 불과합니다
어제 그리고 그저께 그리고 그 전날
내가 올려놓은 글에 다녀가신 분들께서 남겨주신 말씀들
그 말씀들 속에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왜 그래야하는지 답이 있었습니다
以熱治熱이라고 했지요
내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의 내게 여유는 잡생각만 하는 하등의 부질없는 것입니다
좀 더 나를 거칠게 몰아야할까 봅니다
블로그도 좀 더 열심히 하고
예전보다 사진도 더 부지런히 찍고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분들과 만남도 자주 가지고
더 많이 더 자주 웃고 떠들어야겠습니다
살면 얼마나 살겠습니까
즐겁고 행복해도 부족한 게 시간이고 세월인데
무슨 멜로영화 주인공이라고 우거지 인상 쓰면서 살 것입니까
이 비 그치면 밖으로 나가렵니다
가랑비쯤은 무시하고 들판으로 나가렵니다
쨍하지 않으면 대수랍니까
일전에 찍어 보니 빗방울 사진도 제법 재미가 솔솔 합디다
흐린 하늘도 잘 찍으면 제법 운치가 있습디다
그렇게 하고자하는 마음에 방습이 되는 카메라랑 렌즈 들고 나왔습니다
까짓거...
고장 나면 고치면 되지요
그래야 수리점도 먹고 살지요
덕분에 도시 구경도 하고 말입니다
뭔 일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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