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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넋두리 (수필)

살며 사랑하며...



[보길도 공룡알 해변과 뾰족산 전경]

두어 달 [덥다 덥다]하면서 살았더니

간사할 사 인간인지라 이젠 아예 입버릇이 돼 버렸습니다

이제 길어봐야 한달 남짓...

조석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겠지요?


언제부턴가...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다 보니

새로운 계절의 초입에 서면

[이 계절을 또 만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남들에게 더운 이 여름이

나라고 안 더울리 만무하고

작년보다 좀 더 늙은 탓인지 올핸 땀도 더 많이 흘리고

의욕은 변함이 없지만 몸이 따라주질 않으니

카메라 하나 딸랑 들고 나서는 출사가 많아집니다


이 여름이 시작할 무렵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아버님 췌장암 말기 통보를 받고

그렇잖아도 이 계절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던 나의 부질없는 생각이

현실처럼 내 앞에 놓여짐에


나는 누가 봐도 어리석다할 만큼

내 앞으로 다가오는 시간들에게 쓸 때 없는 아집을 덧대고 있습니다



사진이 나에겐 밥벌이는커녕

그냥 즐기자고 하는 오로지 취미에 불과한 것을

마치 사진을 안 찍으면 저승사자에게 붙잡혀 가기라도 하는 양...


평소에 자살하는 사람을 가장 경멸함과 동시에

자신을 스스로 학대하는 사람 또한 살 가치가 없는 자라고 욕했으면서

언제부턴가 나는 내 스스로를 극한으로 내몰고 있었습니다


이 여름에 사진을 찍는다는 게 얼마나 고역이고 악몽인지

뜨거운 땡볕아래 몇 시간 서 있어본 사람은 알 겁니다...



지극히 낙천적이고

오늘 아니면 내일이라며 살아온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하루하루를 처절함 속에서 살아가는지


늘 단순함이 가장 좋은 삶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내가

어쩌다가 그 마음을 잃어버리고 이렇듯 악을 쓰며 살고 있는지



반백을 넘어

세상 모든 것에서 적당한 간격을 유지해야할 즈음에

난데없는 아집에 사로잡혀...



나의 여름은 아름다웠습니다

멋진 곳으로 휴가도 다녀왔고

눈물이 날 정도로 고운 꽃들도 보았습니다


그렇게 여름이 가고 나면

나의 분신 중 하나인 내 아들이 결혼을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조상님 전에 내 기본 도리는 다 하는 건데


[고생 끝 행복 시작]인데


다시 뜨거운 여름을 보지 못한다 하더라도 뭣하나 아쉬울 것도 없는데


내가 못 볼 세상은 내 아이들이 열심히 살아갈 것인데


낙엽 지는 꿈이 가장 길몽이라 했는데...



부모님 은공으로 여지껏 건강하게 살았고 앞으로도

아름다운 이 세상을 한동안 그렇게 살다 갈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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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오래전부터 정말 하고픈 이야기 중 한부분입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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