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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넋두리 (수필)

아버님 전상서



[저곳에서 편히 쉬십시오...]

불과 며칠인데

지난 며칠에 비하면 너무나 긴 시간을 살아온 곳인데

이곳이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지...


같이 있는 시간보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훨씬 더 길었음에도

당신께서 저에게 어떤 존재셨는지

이제사 알 것 같습니다


그렇게 홀연히 가실 거면서

무슨 이야기는 이렇게 많이 남겨 놓으셨는지

오십 여년 그렇게 지극 정성으로 이만큼 성장하게 해 놓으셨으면서

아직도 못 다 베푸신 게 있으셔서 애처러워 하는 눈빛으로 바라 보셨는지


제게 주어진 현실에서

나름대론 어엿한 성인으로

두 아이의 애비로 딴엔 열심히 살고 있는데

그래도 당신께는 물가의 아이처럼 보였었나요...



[애비야... 자네가 이 집안의 기둥이니 힘내야한다...]



당신께서 마지막 주신 말씀에

애 끓는 슬픔을 이 악물고 참으며 영원의 곳으로 당신을 보내 드렸습니다


행여 가족들이 슬퍼할까봐

끝까지 인내하며 아프다 한마디 않으신 그 마음을 닮고 싶어

저도 가족들에게 지난 며칠동안 이 악물고 눈물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울어야할까 봅니다


오늘만 마음껏 울겠습니다

그렇게라도 해야 제 불효를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살아계실 때 효도 한번 행하지 못한 죄인이

아직도 제 스스로의 위안만 찾습니다...



아버지...

당신께 못 다한 효도는

어머니 잘 모시고 아이들 잘 키우는 걸로 대신 하려합니다만

무엇으로 이 죄를 씻을 수 있겠습니까


아버지...

당신이 무척이나 보고 싶을 것 같습니다

제 모든 아름다운 추억의 곳곳에 당신께서 함께 하심에

제가 느낄 수 있는 남아 있는 모든 날 속에

당신을 무척 그리워할 것 같습니다


아버지...

오늘 제가 아무리 서럽게 울더라도 그냥 모른 척 두십시오

오늘만 그리 하렵니다...


아버지...

햇살 좋은 가을에 완도로 아들 보러 오시겠다고 하셨지요?

지금 온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지만 저 구름위엔 푸르디푸른 하늘이 있다는 거

당신의 가르침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 그 푸르디푸른 하늘에서

당신의 피를 이어받은 저와 제 아이들이 살아가는 모습 지켜봐 주십시오

평생을 당신 곁에서 사랑으로 함께하신 어머니를 지켜봐 주십시오



아버지...

조금, 아주 조금 당신이 원망스럽습니다

제게 효도할 수 있는 기회를 조금만 더 주시지 않으시구요

뭐가 그리도 급하셔서...



아버지...

편히 쉬십시오

저에게 남겨주신 소임은 제가 열심히 완수하겠습니다

편히 쉬시면서 지켜봐 주십시오



아버지...

사랑합니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당신을 사랑하렵니다

편히 쉬십시오...



불효자식 조영오 올림...



찾아 뵙고 고개 숙여 감사드림이 예의인줄 알지만

먼저 지면으로나마 너무나 고마운 배려에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바쁘신 중에 먼 곳까지 조문오신

청계님 내외분 하늘지기님 폴링다운애플님 아난도님 푄님 장독님 노을하늘님 태평님 로체님

아울러 전화와 문자로 그리고 방명록과 댓글로 위로의 말씀 주신 많은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빈소도 채 차리지 못하고 넋 놓고 있을 때

손님이시면서 오히려 다른 손님을 위해 허드렛일까지 직접 해주신

청계님 내외분 하늘지기님 폴링다운애플님...


무슨 말로 그 은혜에 보답하겠습니까...

그 고마움 평생 잊지 않고 간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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