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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넋두리 (수필)

그날


[널 보니 가을이구나...]

일년 전 오늘

참 난감한 날이었습니다^^;


나랑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믿고 살았었는데

메스컴에서 [한국인 사망원인 1위]라고 떠들어도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나도 [한국인]이 맞나 봅니다


수술 전 담당교수가 걱정했던 이런저런 후유증들

성대를 움직이는 신경이 손상돼서 말을 못할 수 있다

운이 좋아 한쪽 신경이라도 살리면 말을 할 수는 있으나 알아듣기 힘들다

성대가 완전히 닫히지 않아 식사 때 재채기로 인해 음식이 튀어나올 수 있다 등등

참 난감하고 지저분한 후유증들을 걱정 했었는데 13시간동안 최선을 다해준 의사들 덕분에

걱정했던 후유증들이 대부분 빗나간 것에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일년을 살다보니 사소한 후유증들은 있습니다

수술 전과 확연히 비교되는 체력 저하와 늘 따라다니는 피로감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며 충분히 자도 개운하지 않으며

허리 무릎 어깨 관절 부위의 통증


그렇지만

사람들과 말을 할 수 있다는 거

같이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거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고


내가 좋아하는 사진을 찍으러 다닐 수 있다는 거

이렇게 블로그를 할 수 있다는 거

내겐 정말 행복입니다



일년 전 그날

내가 뭔 수험생도 아닌데 새벽에 먼 길을 달려와 힘내라며 재롱을 떨어준 하늘지기

(그래봐야 넌 내게 찬밥이다 ㅎㅎ)

바쁘신 중에도 병문안을 와주신 청계님 내외분

그리고 문자로 용기를 주신 많은 블로그 이웃님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그리고

수술 전날부터 퇴원할 때까지 간병에 사소한 뒷일까지 도맡아서 해준 애플이

날마다 펭귄이라고 놀리지만 그 은혜는 평생 안 잊을 겁니다



가을입니다

작년엔 나에게 가을이 없었습니다

가을이네 마네 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제 가을이 왔습니다

또 몇 번의 가을을 맞이할지 모르지만 이 가을을 마음껏 느끼고 싶습니다


그리고 남은 나의 삶을 사랑으로 가득 채우고 싶습니다...




건강하세요
























EOS 1Ds MarkⅢ + EF 28-300mm f/3.5-5.6L IS U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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