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서정주님의 생가]
카메라를 바꾸고 나니 이것저것 예전과 달라지는 게 많습니다
카메라 기능이야 어떻게 조물락 거리다 보면 그나마 사진은 찍을 수 있는데
그 전까지 사용하던 [1D MarkⅡn - 막투앤]이랑 가장 큰 차이가 화소수입니다
막투앤은 820만 화소, 데스막쓰리는 2,110만 화소
[화소가 깡패]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듯이
일단 화소가 크다 보니 접사사진의 경우 상대적으로 [크롭]에 유리해서 그걸 가장 큰 이점으로 판단하고 구입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화소가 크다 보니 예상치 못한 단점도 있더군요
다름이 아니고 메모리카드의 저장속도입니다
일요일에 일전에 다녀온 영천의 [은해사] 개산대재 촬영을 갔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처음으로 [RAW] 촬영을 했습니다
연사는 고사하고 그냥 셔트를 조금 빨리 눌렀을 뿐인데
세 번째 셔트부터는 아예 눌리지도 않는 겁니다
원래 연사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지라
그동안 [싼맛]에 133배속 8기가짜리를 사용했었는데
아예 찍히질 않으니 난감하더라구요^^;
촬영을 대충 끝내고 대구에 있는 [종합유통단지]내 후배 카메라 가게에 갔지요
그렇잖아도 메모리카드 저장속도가 느려서 JPG도 여러 장을 찍기가 버거웠던 터라
일전에 속도 빠른 걸로 주문을 해뒀었거든요
그런데 환율이 급속도로 올라가다 보니 수입상들이 몸을 사리느라 악세사리가 제때 들어오질 않는다고 합니다
하는 수없이 가게에 있는 메모리카드 몇 개로 테스트를 해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게 커피를 마시며 후배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먼저 와서 가게 컴퓨터로 찍어온 사진을 보며 대화를 나누던 아줌마 한분이랑 젊은 아저씨 한분...
그들의 밑도 끝도 없는 [카메라지식]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카메라를 들고 가지 않았습니다
그냥 메모리카드만 몇 개 구입할 건데 무겁게 카메라를 들고 갈 필요가 없거든요
내가 후배에게 [x사장~ 라우로 찍었더니 두장이상 찍히질 않더라 속도 빠른 카드 있음 줘봐라] 했더니
후배가 대답도 하기 전에 두 사람이 입에 침 튀겨가며 이러쿵저러쿵 해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사진을 하면서 그런 사람들 한두 번 본 것도 아니고 해서 그냥 무시했는데
후배가 [그럼 직접 테스트를 해보고 가져가시죠]
결국 카메라를 가져오고 두어 개 테스트를 했지만
배속이 비슷한 카드들인지라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그 젊은 남자 한다는 소리가 [원래 라우는 연사가 안 됩니다]
그리고 그 아줌마는 [여기 어두운데 연사가 되느냐]며 마치 쌩초보 하수를 보는듯한 눈으로...
같이 입 섞어서 말하기도 귀찮아서 후배더러 [자네 가게에 카메라 선생들 많네]하고 말았지요
그런데 그 남자 자꾸 라우랑 연사가 어쩌구 저쩌구...
하는 수 없이 한마디했습니다 [미안하지만 내 카메라는 라우로 연사가 17장까지 되는데요?]
그제야 그 남자 멋쩍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더군요...
문제는 그 아줌마였습니다
가게 컴퓨터로 보고 있는 사진들을 얼핏 보니 진주 유등축제 불꽃놀이를 찍은 듯한 사진인데
하나같이 전부 흔들린 사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둘이서 사진을 보면서 [바람이 불어서 불꽃이 흩날렸다]... +_+
그러면서 결정적인 한마디를 날리더군요
[불꽃놀이 사진은 셔트스피드가 안 나와서 못찍겠다]
불꽃놀이 사진을 찍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벌브촬영]인데
셔트스피드가 안 나와서... 이게 무슨 참새 다이빙하는 소린지...
그런 빈 깡통 실력으로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렇게 함부로 이야기를 해도 되는지...
그러면서 입에선 줄곧 [라이카]가 어떻고 중형이 어떻고...
붕알 찬 남자가 수염도 안 나는 아줌마랑 입씨름하기도 그렇고
이건 뭐 수준이라도 맞아야 뭔 이야기를 나누던가 하지...
어느 취미건 간에
그 취미를 하는 부류들 중엔 꼭 저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숫개 x자랑]이라는 아주 저급한 속담도 있습니다만...
[장비 = 실력]이 절대 아닌데...
바닷가가 고향인지라 걸음마를 배우면서부터 바닷가에서 낚시를 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낚시 경력이 한 오십년 가까이 되지요
한 때 바다낚시에 미쳐서 산 적이 있습니다
주말마다 낚시를 나갔을 만큼 정말 미쳐서 살았지요
그런데 척 보면 [쌩초보]라는 게 티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지가 [우주최강] 낚시꾼인양 떠듭니다
바다낚시는 엄청난 변수를 갖고 있습니다
같은 갯바위에서 매일 낚시를 해도 채비는 다 다른 게 바다낚시입니다
오늘이 몇 물인지 바람 방향은 어떤지 만조와 간조는 몇 신지 등등...
그런데 언제 사용한 채비인지도 모르는 낚시대에 세팅돼 있는 그대로 낚시를 합니다
바다낚시의 가장 주 대상어인 [감성돔]은 수심 50cm 차이에서 물고 안 물고가 결정납니다
그런데 수심이 얼만지 찌는 부력 얼마짜리를 사용해야 하는지 전혀 아는 게 없으면서
딴 사람이 잡으면 운으로 잡은 것이고 지가 못 잡은 건 고기가 없어서 못 잡았다고 떠듭니다
그리곤 돌아오는 배 안에서 선장에게 온갖 욕을 다 해댑니다
[포인트를 x 같은데 내려줘서 허탕쳤다]구요
나 역시 사진이라는 건 오로지 취미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그냥 [찍는다]는 자체를 즐기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노력은 한다고 자부합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까
이렇게 저렇게 찍어 보고 또 컴에서 사진을 보며 [다음엔 이렇게 해봐야지] 합니다
그렇지만 여지껏 입으로 사진을 찍은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늘 함께 출사를 다니는 독수리 가족분들께도 내가 먼저 이러쿵 저러쿵 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사진을 입으로 찍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분들 중엔 그런 사람이 없다고 자부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분들은 다 입이 무겁거든요...
그 아줌마를 위해 진주시청에 탄원서를 하나 낼까봅니다
[존경하는 진주시장님~ 내년 불꽃놀이는 햇빛이 쨍쨍한 백주대낮에 하세요~]
건강하세요
이 사진은 지난 9월 21일 찍은 건데
선운사 꽃무릇 구경하고 나오는 길에 들렀던 [미당 시 문학관]입니다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사연(?)으로 어제 오늘 예전 사진을 올립니다
그 사연은 다음에 세세하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OS 1Ds MarkⅢ + EF 28-300mm f/3.5-5.6L IS U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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