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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풍경 (사진)

야생화 사진을 처음 하시는 분들께 (고수 클릭금지)



[09 - 001 연분홍색을 띤 변산바람꽃]

제가 처음 구입한 디지털 카메라는 [스팟측광] 기능이 없는

[Canon EOS 20D]였습니다

그러니 그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땐

[스팟]이라는 게 뭐하는 건지는 고사하고 그런 카메라 용어조차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스팟 기능이 있는 카메라를 구입하고 (Canon EOS 5D) 스팟으로 사진을 찍어 본 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모든 사진을 스팟으로만 찍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즐겨 찍는 사진이 야생화인데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야생화랑 스팟은 그야말로 실과 바늘 같은 존재라는 게

제 개인적인 확신입니다

늘 말씀 드리지만

사진에 관한한 전 오리지날 독학입니다

여태까지 엄청난 양의 사진을 찍었지만 아직까지 사진과 관련한 책 한권 구입한 적 없습니다

그래서 늘 노파심에 드리는 말씀이지만 이런 종류의 글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이고

제 경험을 적는 것에 불과합니다

[저 영감탱이는 저렇게 사진질 하는구나] 이 정도로 생각하시고...

스팟으로 야생화를 처음 찍었을 때

LCD로 결과물을 보면서 정말 난감했습니다

한밤중도 아닌데 사진이 까맣게...

[선무당 장구 탓]한다더니

속으로 캐논을 엄청나게 욕했다는 거 아닙니까

기대 속에서 나갔던 출사를 완전 망치고 집에 돌아와 아무리 생각해도 원인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독학의 서러움을 며칠 동안 곱씹으며 왜지... 왜지... 왜 그렇게 나오지...?

그렇게 한동안 고민을 하고

몇 번의 출사를 엉망진창으로 망치고

그렇지만 싼 카메라에 없는 기능이니 분명히 뭔가 장점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렇게 저렇게 하다 보니 어느 순간에 눈앞에 서광이 비치더군요

결론은 [Ev]입니다

피사체가 밝으면 +

피사체가 어두우면 -

아주 간단하죠?

이 간단한 걸 몇 번이나 출사를 망치고 알았습니다

주변에 사진하시는 분이 없는 완도에 살 시절이니 누구에게 물어 볼 수도 없었고

카메라 설명서엔 기능에 대한 설명만 있고...

지금 생각하면 참 한심한 날라리 진사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해보신 분들은 다 공감하시겠지만

야생화는 난반사가 참 심한 피사체입니다

꽃 내부가 해를 정면으로 보고 있다면

여차하면 까맣거나 하얗게 찍힙니다

만약 처음 야생화를 하시는 분이라면

무작정 찍지 마시고 차분하게 꽃을 관찰해보시길 권합니다

꽃잎을 자세히 들여다보시면 빛을 반사하는 꽃이 있고 대체로 일반적인 꽃이 있습니다

흰색이나 노란색 꽃은 대부분 난반사가 심한 편이고

붉은색이나 청색 계열은 무난한 편입니다

난반사가 심한 꽃을 Ev 조정 없이 그냥 찍으면 대체로 검게 나옵니다

[Ev]

날씨와 빛의 각도에 따라 다 다릅니다만

빛을 직접 받고 있는 꽃을 해를 등지고 찍는다면

Ev를 충분히 올려주셔야 꽃을 알아볼 수 있으며 아울러 주변도 밝게 나옵니다

기본적으로 +1 ~ +2 전후까지 올리셔야 무난합니다

단, 주변부 측거점일 경우 중앙 측거점보다 덜 예민하므로 좀 덜 올리셔도 됩니다

날씨가 흐리거나 완전 그늘에 있거나 혹은 후레쉬나 링라이트를 사용하신다면

오히려 -1 전후로 내리셔야할 경우도 있습니다

조명장치를 사용하실 경우

꽃에다가 직광은 피하시고 사진의 여백 쪽으로 빛을 주시면 무난합니다

[조리개]

조리개는 꽃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f/11] 이상 하시면 좋습니다

여기서 [특별한] 경우라는 건

여름철이나 가을에 숲이 우거져서 [ISO]를 잔뜩 올리고도 셔트스피드가 안 나오는 경우 같은 것입니다

요즘처럼 숲속이 휑한 경우라면 [ISO 400] 정도만 올리셔도 충분히 f/11을 확보하실 수 있을 겁니다

간혹 조리개를 개방해서 찍으시는 분이 있으신데 (아웃포커싱을 염두에 두시고)

[마크로렌즈]는 일반 렌즈보다 심도가 얕습니다

아무리 조아도 아웃포커싱 됩니다^^;

참고로 작년에 [변산바람꽃] 찍으면서 f/22까지 조아도

그 작은 꽃에 아웃포커싱이 생겼습니다

그러니까 걱정 말고 조으세요

[구도]

꽃사진의 경우

[중앙 측거점은 없다]고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물론, 중앙 측거점으로 찍고 리사이즈 하면서 크롭을 하셔도 됩니다만

그게 습관이 되시면...^^;

요즘 카메라들 성능 정말 좋습니다

카메라 성능을 믿고 주변부 측거점도 사용해 보시길 권합니다

꽃사진 찍을 때 어디다 초점을 잡느냐고 질문하시는 분이 계신데

기본적으로 암술에 초점을 잡으면 사진이 편안합니다

인물사진일 경우 눈에 초점을 잡는 거랑 비슷한 논리입니다

서두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이 글은 순전히 제 경험을 기준으로 쓴 것입니다

그러니까 정답은 아니라는 겁니다

사진에 무슨 정답이 있겠습니까마는...

꽃사진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시고 시도조차 안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 것 같아서

얄팍한 지식이지만 같이 해보시자는 의미로 말씀 드리는 겁니다

[끝맺음]

한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야생화 출사를 가시거들랑 제발 다녀간 흔적 좀 남기지 마셨으면 합니다

야생화도 엄연한 생명체입니다

꼴랑 사진 한 장 찍겠다고

자연을 훼손한다면 그 사진이 제아무리 멋진 작품일망정

뭔 의미가 있겠습니까...

제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꽃을 완전히 가리는 낙엽이 아니라면 최대한 그 상태로 찍습니다

낙엽은 바람을 막아주고 습기를 보존해주는

야생화에겐 더없이 고마운 존재입니다

그런데 산에 대청소라도 가셨는지

꽃 주변을 말끔하게 치우고 (바닥이 드러나도록) 사진을 찍으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물론 그렇게 하시면 사진은 깨끗하고 멋지게 나올지 모르지만

다음해엔 아예 그 꽃을 못 찍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 산 속의 밤은 영하로 내려가는 추운 계절입니다...

건강하세요








EOS 1Ds MarkⅢ + EF 28-300mm f/3.5-5.6L IS U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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