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완도의 모습입니다]
인간에게 [혼자]라는 단어는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칠팔월 장마에 맥없이 떨어지는 감처럼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삶이 없듯이
결코 사용해서 안 될 단어가 [혼자]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유행가 가사가 아니더라도
이번에 큰일을 맞이하면서 내가 얼마나 초라한 존재였는지 절실히 실감을 했습니다
여지껏 살아오며 딴엔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내 일은 내가 다 알아서 처리한다고 믿었었는데
정작 아버님을 보내드리면서 그게 아니란 걸 깨달았으니
이렇게 둔한 중생이 또 있을라구요...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고
내 여건에서 행복을 찾고 남들에게 죄 짓지 않으며 살면 그게 전부라고 믿었었는데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게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예견된 일이었고
그 순간이 언제인가만 미지수였기에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는 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병원 영안실의 텅 빈 빈소를 바라보며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걸 깨닫는 건 순식간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병원에서 가깝긴 하지만
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셔서 아버지 사진을 챙겨 오신 어머니
어머니께서 그러실 동안 나는 애궂은 담배만 연속으로...
입관조차 못하고 넋 놓고 있을 때
멀리 여수에서 하늘지기님이 오시고 애플님이 오시고
마산에서 청계님 내외분이 오시고...
내가 상주임에도 불구하고
빈소를 하늘지기님께 맡겨 놓고 입관하러 가는...
오십여 년을 살아오면서
내가 4대독자라는 것에 대해 그 어떤 불편도 없었고 장애요소도 없었건만
그날따라 내 처지가 어찌 그리도 서글퍼지던지...
조문객은 오시는데
접대는 고사하고 안내조차 할 가족이 없음에
돌아가신 아버지께 죄인임은 말할 필요조차 없고
손님들께도 난감한 결례를 범하니...
그동안 블로그에서 아무리 친하게 지내고 허물없는 사이라고는 하지만
청계님 내외분 하늘지기님 애플님께서 쟁반을 들고 음식을 나르시고
마치 식구인양 조문객 안내와 허드렛일을 해 주심에
그 송구함은 입이 열개라도...
교육중임에도 불구하고 달려와 주신 아난도님
먼 길 달려오셨음에도 영안실 복도에서 묵례로 대신하신 푄님
늦은 밤 서울 인근에서 부랴부랴 달려오신 장독님 노을님 태평님 로체님...
늘 혼자니까 내 삶은 내가 알아서 꾸려 나가야한다
이런 터무니없는 생각으로 살아온 지금까지 내 방식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그분들께서 제게 일깨워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씀 전합니다
제가 정신을 좀 차리고
이런저런 일들이 정리 되는대로 자리를 꼭 한번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사진을 취미로 하시는 분들이니 [번개]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제 마음속 공책에 다 적어뒀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분들이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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