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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넋두리 (수필)

겨울비 오는 날 쉰소리


[아무리 작아도 엄연한 하나의 생명체입니다]

올 한해 참 많은 사진을 찍었습니다

작년과 비교하면 좀 적은 양이지만 그래도 엄청 찍어댄 것 같습니다

예년엔 거의 매일 사진을 찍었을 정도인데 올해는 그렇지는 못했습니다

겨울은 사진 소재가 한정적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날씨 탓에 움직임에 제한이 있어서 그런지

그도 저도 아니면 내가 게을러진 탓인지

요즘은...^^;

어제 오후에 [내일은 꼭 사진을 찍자] 했지요

그래서 아침에 카메라 청소하러 가야지 하고 잤는데

어젯밤부터 비가오지 뭡니까

그래도 미리 생각을 해둔 거라서 아침에 카메라 청소하러 갔습니다

광역시지만 서울에 비하면 시골이라 그런지 대구엔 캐논 A/S센터가 한 군데 뿐입니다

[SLR 클럽]에서 그곳 이야기가 가끔 등장하더군요

서비스가 엉망이네, 불친절하네, 바가지를 씌우네... 등등

그런 글들을 볼 때마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 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갔을 때랑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나는 갈 때마다 커피 얻어 마시고 옵니다

오늘도 나보다 연장자이신 사장님이 직접 커피를 타서 주셨고

상냥하게 미소 지으며 인사도 하셨습니다

직원들도 나름대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습니다

비단 오늘만 그런 게 아니라 평소에도 늘 그랬습니다

손님이 많아서 바쁠 때를 제외하면 항상 커피도 주고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도 나눕니다

왜 그곳을 비방하는 글이 올라올까...?

그래서 거기 오는 손님들을 유심히 관찰을 해봤습니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속담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고 했습니다

그곳은 캐논에서 돈을 받고 정품 수리를 하는 곳이고

내수의 경우 직접 손님에게 수리비를 받는 곳이지 캐논 직영점이 아닙니다

그런데 거기 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젊은층) 그곳과 캐논을 동일시 합니다

그래서 제품에 대한 불만을 그곳에 화풀이 하듯이 해댑니다

가장 큰 문제는 [특권의식]입니다

[소비자 = 왕] 이런 공식은 물건을 살 때나 겨우 적용되는 겁니다

그곳은 소비자 특권이랑 별 해당이 안 되는 곳입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간단합니다

내가 먼저 친절하면 됩니다

나는 그곳에 가면 딸 같고 아들 같은 접수하는 아가씨랑 기사들에게 방긋(?) 웃으며 인사를 합니다

[수고하십니다]하고 인사 한번이면 그 다음은 일사천리입니다

그들에게 가장 돈 안 되고 귀찮은 손님이 카메라 청소하러 오는 손님입니다

나는 그곳에서 청소 이외엔 해본 게 없으니 가장 진상인 손님이지요

그렇지만 늘 커피까지 얻어먹고 옵니다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을 공격한다고 고함을 지르고 서쪽을 공격하는...

카메라 하나 들고 다니는 게 무슨 벼슬은 아닙니다

사진은 고의건 과실이건 간에 타인에게 본의 아닌 피해를 주는 취미입니다

야생화의 아름다움에 취해서 산과 들을 누비지만 내 발아래 채 피지도 못하고 스러진

가여운 생명이 부지기수일 겁니다

아무리 조심을 한다고 해도 본의 아니게 내 사진 속에

소중한 타인의 인격이 담길 수도 있습니다

좀 더 겸손하고 좀 더 자제를 한다면

더 아름답고 알찬 작품이 나올 것이고

따뜻한 정이 담긴 커피 한잔을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겨울비가 내려서 그런지 헛소리만 늘어놓은 것 같습니다

건강하세요
















EOS 1D MarkⅡN + EF 180mm f/3.5L Macro USM

지난 10월 21일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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