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사 [1]

[이른 아침 청량산을 휘감은 운무...]

거대하고, 빽빽한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열두 봉우리가 나그네의 눈길을 잡는다.

그 연화봉 기슭 한 가운데 연꽃처럼 둘러쳐진 꽃술 자리에 자리 잡은 청량사는

신라 문무왕 3년(663)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송광사 16국사의 끝 스님인

법장 고봉선사(1351-1426)에 의해 중창된 천년 고찰이다.

창건당시 승당 등 33개의 부속 건물을 갖추었던

대사찰로 봉우리마다 자리 잡은 암자 에서는 스님들의 독경소리가 청량산을 가득 메웠다고 한다.

또한 자연경관이 수려한 청량산에는 한때는 신라의 고찰인 연대사(蓮臺寺)와 망선암 (望仙菴)등

대소 27개소의 암자가 있어서 당시 신라 불교의 요람을 형성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조선시대 불교를 억압하는 주자학자들에 의해 절은

피폐하게 되어 현재는 청량사와 부속건물인 응진전만이 남아있다.

청량사의 법당인 유리보전은 창건연대가 오래되고 짜임새 있는 건축물로 인하여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47호로 지정되었다.

청량산의 최고봉인 의상봉은 화엄종의 시조인 의상대사께서

입산수도 한곳이라 의상봉이라 불리며, 이곳을 비롯해 보살봉,

연화봉, 축융봉 등 12개의 암봉이 있고 어풍대, 밀성대, 풍혈대, 학소대,

금강대 등 12개의 대와 8개의 굴과 4개의 약수터가 있다.

청량사에는 불교의 우수한 유적 건물이 많았으나 어느 때인가 소실 등으로 인하여 거의 없어지고

현재 신라시대 대찰의 모습은 없지만 망월암 등 33개 암자가 있었던 유지가 있고,

문수보살, 지장보살, 16나한등이 봉안되어 중생의 근기에 맞는 기도처로서

손색없는 도량의 모습을 띄고 있다.

[청량사 홈페이지에서 퍼옴]

지난 8월 15일에 찾아간 청량사

지금까지 내가 가본 수많은 사찰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사찰이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사찰이 있어야할 곳에 있는 사찰이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출발하면

초입부터 가파른 등산로를 올라가는데 미리 발목운동을 좀 하고 나서야합니다

마치, [산판길]을 연상케 하는 갈지자 길을 몇 번 꺾어서 오르다 보면

통나무에 홈을 파서 수로를 만든 게 나오는데 참 특이하더군요

그거 몇 장 찍고 모퉁이를 돌아서니

이번엔 나무로 포장한 오르막길이 나오고 길옆에는 기왓장으로 만든 수로가 있습니다

이것저것 색다른 조형물들이 산길을 오르는 즐거움을 줍니다

그 길을 오르다 보면 [청량수]라는 약수터가 나오는데

그 물맛이 가히...

물 한잔 마시고 고개를 들면

드디어 청량사가 깎아지른 봉우리들 사이로 모습을 나타냅니다

내가 갔을 때

청량사 뒤쪽 봉우리에 안개가 휘감고 있었고

그 모습을 몇 장 찍고나서 도저히 갈증을 참지 못하고 약수 두어잔 마시고 다시 쳐다보니

그새 안개는 오간데 없고 시리도록 푸른 하늘만 멀건이 나를 바라보더군요

역시 [선수는 음료수에 신경 쓰면 안 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다시 오르막을 몇 걸음 걷다보면

[안심당]이라는 자그마한 찻집이 나오는데

그 찻집 앞에서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찻집 현관에 자그마한 간판이 하나 매달려 있는데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이라고...

블로그에서 오래 전부터 반가운 이웃으로 지내고 있는

[하늘연못] 얼라의 블로그 명이랑 똑 같습니다

부처님 집에 놀러갔다가

속세의 인연 - 비록 온라인상이지만 - 하나를 만난 겁니다

연못얼라 블로그에 놀러 갈 때마다 블로그명 정말 예쁘게 잘 지었구나... 싶었는데

이제 보니 부처님 꺼 컨닝을 했더란 말입니다^^;

그런데 잠시 후에 알았는데 청량사 주지스님 수필집 이름이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이더군요

안심당 사진을 찍는 내내

[인연]이라는 단어가 내 마음 속을 맴돌았습니다

인연 인연 인연... 인연은 과연 뭘까요?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그 수필집 속에 답이 있을지 열심히 읽어봐야겠습니다...

산이 워낙 가파른지라

안심당 뒤에 석축을 쌓고 땅을 고른 다음 그곳에 종루(鐘樓)를 만들어 놨습니다

1층은 기념품 판매장이고 2층이 종류입니다

종루 앞 약수터에서 또 물 두어잔 마시고 고개를 들면 드디어 청량사가 공중에 떠 있고

뒤편의 봉우리들이 너무 아름답게 청량사를 감싸고 있습니다

가히 절경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청량사 앞 석탑도 그 절경에 보탬을 하고...

마침 그날이 음력으로 칠월백중이라

사찰에 불공드리러 오시는 불자들이 많았습니다

사찰 크기가 별로 크지 않은 탓인지 불자들을 위해 사찰 앞에 천막을 쳐 두었습니다

햇빛도 가리고 행여 소나기라도 오면...

경내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법당에서 울려 퍼지는 스님의 불경소리를 들으며 사진을 찍고 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고 극락이 따로 있을 수 없더군요

당초 계획은 청량산 정상에 있다는 구름다리까지 가려고 했으나

전날 소수서원에서 너무 많은 땀을 흘렸고 청량산 입구 민박집에 여장을 풀었는데

관광지라 그런지 밤새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고 옆방에 단체 손님들이 밤새도록

[Go다~~~ Stop이다~~~] 떠드는 통에 잠을 못 잔데다가

청량사에서도 밤새 내린 비 때문에 습도가 어찌나 높은지

속옷까지 확실하게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렸습니다

청량사 한바퀴 돌고나니

구름다리고 나발이고 내 다리가 그렇게 무겁다는 거 오십 평생에 처음 알았습니다^^;

[청상 구름다리는 가을에 다시...]하면서 산을 내려왔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내가 다녀온 날 오후부터 다음날까지 청량사 인근지역에 엄청난 폭우가 왔다고 합니다

재산 피해가 몇백억원이 날 만큼...

청량사에선 해마다 가을에 열렸던 산사음악회까지 취소를 했다고 합니다

수해복구 한다고 다들 고생하는데 가무를 한다는 건 부처님 뜻이 아니라고 하네요

너무나 당연한 조치이지만 그런 결단을 내린 청량사 주지스님이 존경스럽습니다

잠시 둘러본 청량산이지만

군데군데 야생화도 제법 눈에 띄었습니다

몸이 무거워 자세히 살펴보진 못했지만 작심하고 찾아보면 야생화 출사지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언제나처럼 다음을 기약합니다...^^;

건강하세요

EOS 1Ds MarkⅢ + EF 28-300mm f/3.5-5.6L IS U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