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실내지만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렌즈는 전부 10개인데
그 중에서 가장 먼저 구입한 게 180마크로 렌즈고
두 번째로 구입한 렌즈가 28-300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마크로 렌즈가 28-300에게 자꾸 밀립니다
사실 처음 구입할 당시에도 두 렌즈를 놓고 어느 것을 먼저 구입할까 무척이나 갈등을 했었는데
그래도 크기가 작은 야생화 촬영엔 마크로가 낫다는 생각에 180마를 구입했는데
두 렌즈를 구입하고 몇 년 사용하다 보니 이제 어느 정도 성능 파악도 되고
렌즈의 특성도 손에 익고 보니 어지간한 야생화 사진은 28-300으로도 충분하다는 판단이 서네요
얼마 전 (지지난주)
막투엔의 셔트 막을 교체했습니다
20만 번 보증한다는 막투엔의 셔트 막이 나갔으니
어지간히 찍어댔나 봅니다^^;
2년 남짓에...
해마다 겨울엔 난감합니다
뭘 찍긴 찍어야겠는데 도대체 찍을 게 없습니다
성격상 사람 얼굴을 빤히 보면서 찍질 못하니 인물 사진은 애시당초 물 건너갔고
도시 풍경은 아무리 날마다 찍어봐야 블로그에 올릴 만 한 건 몇 장뿐이고
산으로 들로 나가봐야 황량한 풍경뿐이고
곰이라면 차라리 겨울잠이나 잘 텐데
날마다 카메라를 차에 싣고 다니지만 [언제 봄이 올래나?] 이 생각뿐입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뭘 찍건 간에 날마다 찍긴 찍는다는 겁니다
컴퓨터 사진 저장함을 열어 보면 거의 매일 날짜가 적혀 있습니다
어제 [대구수목원]에 갔었습니다
오랜만에 화창하고 포근한 날씨라 그런지
주차장에 차가 가득하고 수목원내 산책길과 유리온실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넘쳐나는데
외부에서야 그렇다 치고
두 사람이 팔짱끼고 걷기에도 빠듯한 유리온실 내에서
삼각대를 세우고 짐짓 아주 근엄한 표정으로 꽃 사진을 찍고 있는 진사...
SLR 사용자가 일반인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주는 가장 대표적인 경우지요
한 장이라도 훌륭한 작품을 찍겠다는 그 심정은 충분히 납득이 되지만
나의 득을 위하여 남에게 피해를 준다면 아무리 훌륭한 사진일지언정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 사람은 지나가던 관람객이 자신에게 살짝 건들리자
별로 잘 생기지도 않은 얼굴에 잔뜩 인상을 찌푸리는 겁니다
[왜 남의 작품 활동에 방해가 되느냐] 뭐 이런 표정으로다가...
성질 같아선 달려가서 삼각대를 발로 확 걷어 차버리고 싶었지만
상종할 가치가 없다 싶어서 관뒀습니다
취미로 하는 사진이건
직업으로 하는 사진이건
그건 본인의 일이지 남의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사진을 한다는 게 절대 벼슬이 아닙니다
마치 독립운동이나 하는 열사처럼 그 따위로 유세를 하고 거드름을 피울 거라면
일찌감치 카메라 팔아서 주식투자나 하라고 권하고 싶더란 말입니다
유심히 살펴보면 삼각대에 망원 렌즈 달아 놓고
지나가는 처녀들 아랫도리만 노려서 찍어대는 변태 아저씨들 수두룩하고
떼로 몰려다니며 사진은 안 찍고 지나가는 진사 사진장비 품평회하는 젊은이들 수두룩합니다
실제로 일전에 수목원에서 링라이트 이용해서 꽃 사진을 찍고 있자니
스트로보 이용해서 인물사진 찍고 있던 젊은 무리들이 저들끼리 한마디씩 해대더군요
그 말들의 주 포인트는 [백주대낮 땡볕에 링라이트는 뭐 하러 쓰느냐]였습니다
정말 가관인 거죠...
떼로 몰려 다닌다고 해서 무식이 유식으로 바뀌는 게 아니고
처녀들 아랫도리 백날 찍어봐야 그 사진이 누드로 나올 리 만무인데
뭘 어쩌자고 그러고 사는지 당췌 모르겠습니다
나는 굳게 믿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진사님들 중에는 절대 그런 부류가 없다구요
건강하세요
EOS 1D MarkⅡN + EF 28-300mm f/3.5-5.6L IS USM